슈퍼개미 안건 전부 부결…다올투자증권, 이병철 '완승'

입력 2024-03-15 12:34
수정 2024-03-15 14:29
"주주로서 회사가 너무하다 싶어 표 행사하려고 왔는데 단 한 개도 통과를 못했다니… 열 받네요. 소액주주들의 관심이 적었다고 생각해요. 이래서 한국 주식을 포기하고 미장 가나봐요."

국내 증시에만 수억원 규모로 투자 중인 1966년생 개인 투자자 이씨가 주주총회 직후 기자에 한 말이다. 슈퍼개미와 이사회 간 팽팽히 맞섰던 다올투자증권 주주총회에서 사측이 압승을 거뒀다.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였던 소액주주들이 이병철 회장 측에 서면서 슈퍼개미 제시 안건이 줄줄이 부결됐다.

15일 서울 여의도동 이룸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대 주주인 이병철 회장과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표 대결'로 맞붙었다. 이날 2대 주주인 김 대표 측 안건 12개가 상정됐지만 전부 부결됐다.

김 대표가 제안했던 안건들 중 먼저 기업가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으로 '권고적 주주제안'을 신설하도록 한 제2-1호 안건은 투표 결과 찬성 주식 수 1220만7551주(26.6%)로 부결됐다. 상법 제361조에 따라 안건 부결로 △차등적 현금 배당의 건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금 확충의 건 △자회사 매각에 대한 보고 및 결의의 건 등 두 안건도 자동 폐기됐다.

또 △주총을 통해 임원들의 구체적인 보수액과 산정기준을 심의하는 제도인 '주주총회 보수심의제 운영근거를 마련하는 안건(찬성 28.9%) △접근성 향상을 위해 직접 출석 주총과 별도로 전자주총 병행 개최를 의무화하는 전자주총 개최 안건(29%) △이사 수 조정(26.5%) △ 이사 임기 조정(29%) △보수위원회 (29.2%) 로 모두 부결됐다.

특히 '3%룰'이 적용돼 최대 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만큼 김 대표 측 입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었던 감사위원 선임도 이사회 안대로 처리됐다. 아울러 강형구 한양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건도 반대 73.1%로 부결됐다. 이사회안인 김형남, 전수광 사내이사와 이혁 사외이사 선임의 건이 가결됐다.

감사위원이 아닌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 건도 이사회안이 60.5%의 표를 얻으며 가결됐다. 당초 이사회 측은 80억원을, 김 대표 측은 38억원을 제안했었다. 김 대표 측 대리인이 "실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굳이 한도를 80억원으로 열어두신 배경이 있는가"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사측은 "감사위원 4인에 대한 것이어서 절대금액만 보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답했다.

100여명이 참석한 주총장에는 애초 소액주주들의 현장 참여율이 많지 않았다. 김 대표 측이 제안한 핵심 안건을 지지한 이들도 서너명에 불과했다. 김 대표 측 안건들이 족족 부결되자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다올투자증권에 투자하고 있다는 한 소액주주는 "최대주주가 양심적으로, 도덕적으로 경영을 해야 하는데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늘 주총장을 보니까 소액주주들도 전혀 뭉치질 못하는 것 같다. 주주들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 대리인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나쁜 실적을 기록했지만 가장 높은 기본급을 받는 지배주주가 이 회사에 있다. 증권사 중 유일하게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도 이사진에 문제 없다며 모두 재선임됐고, 보수한도도 문제 없다며 그대로 가게 됐다"며 "단 하나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밝혔다.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 중원미디어가 다올투자증권 측에 의결권을 위임하면서 김 대표 측이 표 대결에서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은 각각 다올투자증권 주식 285만주(각 4.6%)를 보유하고 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