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살해범' 석방에 분노한 시민들…대통령까지 나섰다

입력 2024-03-14 10:16
수정 2024-03-14 10:36

튀르키예에서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남성을 사실상 처벌하지 않은 판결에 논란이 일자 법원이 다시 재판을 열고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13일(현지시간) 데일리사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새해 첫날인 지난 1월 1일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바샤크셰히르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심하게 훼손된 고양이의 사체가 발견됐다.

2018년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태어나 근처에서 귀여움을 받고 살던 여섯살 길고양이 '에로스(Eros)'였다.

이 아파트 주민은 매체에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에로스'라는 이름을 지어줬던 것"이라며 "아파트 현관문 앞에 음식과 물을 놓으면 고양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가곤 했다"고 회상했다.

에로스의 사체에 충격을 받은 이웃들은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사흘 만에 입주민 중 하나인 이브라힘 케로을란이 용의자로 체포됐다.

건물 내부 CCTV에는 케로을란이 고양이를 살해하는 범행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그는 1월 1일 새벽 3시 15분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에로스를 곧장 걷어차기 시작했고 고양이가 복도로 도망치려고 하자 엘리베이터 문을 닫은 뒤 폭행해 에로스를 죽였다.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은 고스란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해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8일 퀴취크체크메제 지방 형사법원에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3개월의 선고 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이에 아파트 주민들은 케로을란을 단지에서 추방해야 한다며 서명 운동을 시작하고 동물보호단체들은 시위에 나섰다. 엄벌을 촉구하는 인터넷 청원에는 30만명 넘는 서명이 모였다.

논란이 커지자 지방검찰청과 이스탄불변호사협회 등도 공개적으로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직접 일마즈 툰츠 법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결국 이스탄불 지역 고등법원은 지방법원에 사건을 재심리할 것을 명령했다.

이날 다시 열린 재판에서 케로을란은 "순간적인 분노에 자제력을 잃고 평생 지우지 못할 실수를 저질렀다"며 용서를 구했지만, 지방법원은 선고유예 판결을 뒤집고 케로을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