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새로 들어설 복합쇼핑몰과 광주 도심을 연결하는 6000억원 규모 도시철도 건설 사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기정 광주시장의 몽니로 성사 직전 좌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대통령실이 14일 열린 광주·전남 민생토론회에서 이 사안을 긍정적으로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강 시장이 행사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강 시장은 광주 단독 민생토론회가 아니라는 점을 불참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선거 운동’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강 시장이 중앙정부와 손잡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최근 광주 도시철도 건설 사업을 전향적으로 검토했다. 광주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도시철도의 필요성을 밝혔지만 국토교통부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난색을 나타냈다. 광주시는 민생토론회 준비 과정에서 대통령실에 철도 건설을 직접 요청했고 대통령실은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다른 효과가 크다면 추진해보자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중앙정부와 광주시가 3000억원씩 부담하는 방안까지 마련했다. 이 같은 방침은 광주시에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 시장이 토론회 3일 전 불참을 선언해 이날 토론회는 전남 단독으로 열렸다. 강 시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광주와 전남 민생토론회를) 공동으로 진행하면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토론회 주제로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도태우 국민의힘 후보 공천 문제 등이 언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시장의 불참 선언으로 광주 인근 나주가 1순위로 검토되던 민생토론회 장소도 전남도청이 있는 무안으로 바뀌었다.
전라남도는 강 시장 발언 이후 “공동으로 하거나, 단독으로 하거나 민생토론회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정부는 전남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우주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 조성, 순천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반면 광주의 지역 현안은 당분간 추진 동력을 얻기 힘들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민생토론회는 일반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정책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광주 지역에서 민생토론회를 다시 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관련 현안 역시 속도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도 강 시장이 이해할 수 없는 명분 때문에 6000억원 규모의 지역 현안 해결을 걷어찼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시장은 2022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광주를 찾아 복합쇼핑몰 건설을 공약으로 내놓자 “이해가 가지 않는 공약”이라고 비판했다가 윤 대통령 취임 후엔 “국가 주도로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민생토론회가 광주와 전남에서 각각 열렸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며 “시와 도의 현안이 다르고 건의 사항도 다르기 때문일 뿐 토론회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