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틱톡 강제매각법’을 초고속 처리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을 미국에서 퇴출할 수 있는 고강도 규제 법안이다. 상원 등을 거쳐 법제화되면 같은 중국 온라인 플랫폼인 테무, 쉬인 등도 사정권에 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악관 “상원도 신속히 통과시켜 달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13일(현지시간) ‘외국의 적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안’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지난 7일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가 만장일치(찬성 50표, 반대 0표)로 가결한 지 6일 만에 하원을 통과했다. 상원 통과 등을 거쳐 법안이 발효되면 틱톡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165일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에서 틱톡 배포가 금지된다. 법안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에 본사나 법인을 둔 단체가 통제하는 SNS에 미국 대통령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각종 절차도 담았다. 백악관은 법안의 하원 통과를 환영하며 “상원이 신속한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가 틱톡 퇴출에 발벗고 나선 것은 안보 위협 때문이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해 언제든지 중국 정부에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틱톡 강제매각법은 “틱톡과 같이 적국 기업이 통제하는 앱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법안에 이름이 거론된 틱톡은 물론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핀둬둬의 온라인 쇼핑몰 테무, 온라인 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 쉬인, 결제 앱 알리페이, 메시지 앱 위챗 등도 금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저렴한 상품을 앞세워 미국 소비시장을 공략한 쉬인과 테무는 전자상거래의 특성상 광범위한 소비자 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더 위협적이다. ○전기차 태양광 등도 규제 가능성틱톡 강제매각법은 미국의 중국 견제 강도가 더 세질 것이란 신호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틱톡 강제매각법이 제정되면 전기자동차와 태양광,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통제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패권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중국에 태양광을 비롯해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덤핑하면 집단 보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대중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6일 미국 상원 국토위원회는 생체 데이터와 유전자 정보를 중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바이오안보법을 의결했다. 생명공학 기술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바이오기업인 우시 앱텍, BGI 등과의 거래를 제한했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자동차가 국가 안보에 위협을 주는지 조사에 나섰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말 중국산 배터리를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위헌 논란, 사용자 반발이 관건틱톡 강제매각법이 하원에서 빠르게 처리된 것과 달리, 상원을 거쳐 입법에 이르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상원 법안 발의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기본이고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법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미국 CNN방송은 틱톡 사용자들의 분노가 대선 투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법안 통과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14일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틱톡을 한 번이라도 사용했다고 한 응답자의 비율은 2021년 21%에서 지난해 33%로 늘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