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제 한국노총을 찾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때부터 내건 공약을 총선을 앞두고 다시 꺼내며 노동계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한국노총은 한술 더 떠 주 4일제를 제안했다.
근무시간 축소를 싫어할 근로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은 이미 월 1회 주 4일제 등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건이 되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과 주 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법에 못 박아 일괄 적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섣불리 그랬다가는 중소·영세기업이 치명타를 맞을 게 뻔하다. 건설업, 조선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도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특히 노동계가 원하는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주 4.5일제와 같은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하려면 그만큼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다. 그런데 정작 민주당과 노동계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근로시간 유연화에는 기를 쓰고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0년간 ‘1주일’로 묶여있던 주 52시간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년’으로 확대하는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했다.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늘리더라도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52시간 이하로 제한되며 총근로시간은 오히려 줄어들도록 개편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노동계는 ‘주 69시간 프레임’을 씌워 반대했고 정부도 여론을 의식해 결국 후퇴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중 근로시간을 우리처럼 1주 단위로 획일적으로 관리하는 나라는 없다. 이 대표는 한국노총에서 주 4.5일제를 약속하며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의 노동 시계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져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식의 경직된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