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A대표는 최근 팀장급 직원을 채용하고 중개 플랫폼에 500만원가량을 수수료로 냈다. 하지만 이 직원은 4개월 만에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A대표는 “채용을 위해 플랫폼을 쓰자니 수수료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채용 중개 플랫폼들이 제공 중인 건별 수수료 모델에 대해 스타트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짧아지고 있는데 새 직원을 뽑을 때마다 플랫폼에 성사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원티드랩, 리멤버 등은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고 채용 건당 합격자 연봉의 7% 안팎 수수료를 기업들로부터 받고 있다. 헤드헌팅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수료(20%대)와 정보기술(IT) 분야에 특화한 인력풀로 도입 초반엔 업계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 이직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수수료가 부담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채용한 직원이 1년도 안 돼 다른 회사로 옮기는 사례가 많아지면서다. 원티드랩 등 주요 채용 플랫폼은 3개월 내 직원 퇴사 시 수수료의 80%를 감면해주고 있다. 하지만 3개월이 넘으면 수수료를 100% 내야 한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몇 년 새 거의 모든 플랫폼이 건당 수수료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인건비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경력직 이직 플랫폼 블라인드하이어에 따르면 신입(1년 차 미만) 직원의 지난해 이직 시도율은 54%다. 사원급(1~4년 차)은 지난해 기준 62%, 대리급(5~8년 차)은 60%가 이직을 시도했다.
플랫폼으로 채용을 진행하다가 탈락 처리한 뒤 지원자에게 따로 연락하는 ‘우회 채용’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몇백만원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