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쇼핑앱을 겨냥해 소비자 보호 대책을 내놨다. 이들 쇼핑앱에서 짝퉁이나 유해물품 판매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지만 국내 플랫폼과 달리 제대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구체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플랫폼에 대해 국내 대리인(법인·지사) 지정을 의무화하도록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국내 대리인에게 소비자 피해 구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또 국내법 위반 시엔 해외 쇼핑앱도 국내 플랫폼과 마찬가지 처벌을 받도록 법 집행 체계를 손보기로 했다. 경쟁제한 행위나 국내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 등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관련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쇼핑앱의 공습은 이미 국내 유통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이용자 기준으로 알리는 쿠팡에 이어 2위에 올랐고 테무는 11번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이런 시장 변화를 감안할 때 정부 대책은 만시지탄이다.
이번 대책과 별개로 국내 산업계와 유통계는 값싼 중국 제품과의 힘겨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상품을 고도화하고 가격 대비 품질을 확 끌어올리지 못하면, 아무리 정부가 눈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친다고 하더라도 시장을 지켜내기 어렵다. 실제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을 벌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알리, 테무, 쉬인은 중국 현지 공장을 통해 초저가 제품을 판다. 국내에서 몇만원씩 하는 물건을 중국 공장에서는 몇천원, 심지어는 몇백원 단위로 공급하기도 한다.
한국 기업들은 저가 제품이나 초저가 경쟁에 매달리기보다 중국산보다 한 차원 높은 기술과 품질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이미 대부분 제조업에서 그런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부쩍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으며 중국산 전자제품도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 석유화학산업도 마찬가지. 중국산 범용제품이 넘쳐나면서 공급 과잉이 돼버렸고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국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이 이미 10년 전쯤 한 한계부문 정리를 한국은 지금 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우리 경제가 중국 특수에 중독돼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다”고 했다. 우리 산업구조가 한 단계 더 높이 가야 하는데, 중국 특수에 취해 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늦어졌다는 지적이다.
시대착오적 유통 규제도 이참에 풀어야 한다. 국내 대형마트는 매일 0~10시에 영업할 수 없다.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기지로 활용한 새벽배송도 불가능하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고 중국 쇼핑앱이 국내 시장을 잠식해오는 상황에서 족쇄를 차고 있는 꼴이다. 이 규제를 풀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22대 국회가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