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도 '손사레'…서울 다가구주택은 '전세' 소멸 중

입력 2024-03-13 17:22
수정 2024-03-13 17:26


지난해 서울 다가구주택(단독 포함)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처음으로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세대·연립 등 빌라보다 보증금을 떼일 위험성이 높아 전세를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국토교통부와 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다가구주택의 전·월세 거래 14만8202건 중 10만8026건이 월세로 집계됐다. 전체 임대차 거래의 72.9%를 차지했다. 다가구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2020년만 해도 54.7% 수준이었다. 2021년 60.2%, 2022년 68.8%에 이어 지난해 70%를 넘어섰다.

전반적인 전·월세 거래량은 감소세다. 서울 다가구주택 전·월세는 2021년 16만4601건에서 2022년 17만5887건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 14만8202건으로 줄었다. 올해 1~2월 거래량은 2만2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9781건)보다 32.1% 감소했다.

다가구주택 시장에서 전세가 급감한 이유는 지난해 초 불거진 전세 사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가구주택은 법률상 단독주택이지만 한 집에 최대 19실까지 거주할 수 있다. 호실별로 등기가 나오는 다세대주택과 달리 등기부상 집주인이 한 명이어서 각종 사기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법적으로 임대인(집주인) 동의가 없으면 공인중개사와 임차인이 임차 보증금 합계를 확인할 수 없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세입자로서는 본인보다 선순위인 임차인 보증금 합계 금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현행법은 임대인 동의를 받아야만 임차 보증금 합계를 확인할 수 있다. 중개사는 중개사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다가구를 기피하는 이유다.

정부가 지난해 전세 사기 여파로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를 강화한 데다 다가구 세입자 피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면서 다가구 임대차 중개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중개업자가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액수, 임대차 시기와 계약만료일 등에 관한 사항을 설명하지 않고 임의경매로 넘어가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사안에 대해 “중개업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강서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판결대로라면 다가구주택을 중개할 때 해당 가구의 근저당뿐만 아니라 건물의 다른 호수 세입자 전세금, 근저당까지 확인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모든 계약서를 보여주는 집주인이 없어 다가구주택 중개는 하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세입자들도 다가구주택은 각종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전세사기 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고 다가구주택 공매 연기, 피해 주택 지원 등을 담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유정 기자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