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업계가 수수료 인하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ETF 업계의 투톱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리츠 ETF 보수율 인하 경쟁에 나서면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월배당형 리츠 ETF인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의 연간 총보수를 0.29%에서 0.08% 수준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5일 구조가 비슷한 상품인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를 총보수 0.09%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사실상 같은 ETF가 총보수 3분의 1 수준으로 새로 등장한 것"이라며 "기존 투자자들의 수수료 인하 요구도 있어 총보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2019년 출시된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는 순자산 3824억원으로 국내 부동산리츠 ETF 가운데 독보적 1위다. 높은 배당금으로 투자자들에게 인기있는 맥쿼리인프라의 비중이 16.95%에 이른다. 삼성자산운용의 상품은 맥쿼리인프라의 비중(24.53%)을 더 높게 잡은 게 큰 차이점이다.
ETF 업계 점유율 1, 2위인 삼성자산운용(40%)과 미래에셋자산운용(37%)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차전지 레버리지 ETF의 총보수를 인하해 경쟁사 삼성자산운용 상품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두 업체는 올해 들어서는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를 담은 글로벌비만치료제 ETF를 2주 간격으로 나란히 출시했다.
후발 자산운용사들은 두 업체의 경쟁을 뼈아프게 바라보고 있다. 아직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지 못해 적자를 보고 있는 와중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수료 인하 경쟁에 같이 뛰어들어야 해서다. 지난해 미국 배당주 ETF 경쟁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은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인하했고, 그 과정에서 총보수가 0.01%까지 내려갔다. ETF 100억원을 팔았을 때 연간 100만원 정도만 수익으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운용비용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남는 게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ETF 출혈 경쟁에 계속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후발주자들의 입장이다.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되는 가운데 급성장하는 ETF 시장이 미래 먹거리인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업계 최저 수수료를 선언하고 출혈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의 총보수는 0.35%로 비만치료제 ETF 중 가장 낮다. 'KBSTAR 미국S&P500'도 총보수가 0.021%로 미국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ETF 중 수수료가 최저 수준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채권 ETF 가운데 최저 수준의 총보수인 0.05%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순자산 9119억을 모았다. 장기채 커버드콜 등 신규상품으로 약진하고 있는 신한자산운용은 전날 'SOL 미국나스닥100'을 상장하면서 종합 상품 라인업을 갖추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유사한 상품을 내고 수수료를 인하해 경쟁하는 전략이 ETF 시장에서 지속될 것 같다"며 "후발주자로서 더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