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깜짝 놀랄 투표용지의 비밀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입력 2024-03-15 09:05
수정 2024-03-15 14:50

경기 침체로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제지업계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총선 특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인쇄용지 분야 양강 체제인 한솔제지와 무림은 선거공보물과 투표용지 공급을 놓고 이번에도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15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22대 총선에서 쓰이는 종이는 약 8000톤이다. 선거공보물 인쇄용지가 7000~7500톤, 투표용지는 500~600톤이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는 120억~130억원으로 작은 편이지만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 쓰인다는 점에서 각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투표용지는 일반 인쇄용지(백상지)가 아니라 특수 코팅지로 제작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요구하는 종이의 평량(무게), 두께, 평활도(매끄러운 정도), 인장 강도(끊어지는 정도), 인주 적성(인주 흡수 속도), 접지성(종이가 접힌 뒤 원상태로 회복하는 정도) 등 까다로운 품질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각사 기술력의 집약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솔제지는 인주가 빠르게 건조하는 특징을 앞세운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한솔의 투표용지는 타사 대비 잉크도장의 건조가 빨라 인주 묻음이 적어 무효표를 예방할 수 있다"며 "용지 표면의 정전기를 방지함으로써 이중급지를 막아 간추림 편의성을 향상시켜 쌓아놓거나 이동할 때 쓰러짐을 방지한다"고 말했다.

무림은 관련 특허(자동계수 및 인주적용 성능 향상을 위한 투표용지 제조 방법에 관한 특허)까지 따냈다. 무림이 만든 네오투표용지에는 검수 및 판독 오류로 인한 무효표를 방지하고 정확한 투표 결과를 위해 특수 원료가 첨가된다.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고 접을 때 인주가 번지거나 뒤에 묻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전기 방지 성분을 첨가해 100매씩 후보자별 투표용지를 분류하는 개표분류기와 투표용지 매수를 세는 자동계수기 등에서 투표용지 간 겹침 현상을 막는다. 다양한 투표용지 색 구현을 위한 수차례 염료 배합 시험도 거친다.

제지업계 부는 '친환경' 바람은 총선판에도 적용되고 있다. 한솔제지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수거한 우유팩을 원료로 재활용한 고급 인쇄용지 ‘Hi-Q 밀키매트’를 출시했는데, 선거포스터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무림은 국내 유일 저탄소 종이 생산을 부각하고 있다. ‘저탄소제품’은 관련 제품군 내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월등한 제품에 부여하는 환경부 인증이다. 해당 인증을 받은 제지회사는 무림이 유일하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