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은행 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운전자금을 빌리면서 지난달 대출 규모가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수요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자금줄이 마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8조원 증가한 126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8조원의 증가폭은 같은 달 기준으로 지난 2021년 2월 이후 3년만에 가장 큰 것이다. 역대로는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두번째로 컸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이 3조3000억원 늘었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견조한 증가세가 이어졌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이같은 증가폭은 2012년 2월 4조3000억원 증가 이후 12년만에 동월 기준 가장 큰 것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의 대출태도가 완화적으로 나타난 가운데 명절 자금 수요가 발생하면서 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대출은 4조7000억원 늘었다.
주로 대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도 3조6000억원 규모 순발행됐다. 기관의 투자수요가 양호한 가운데 금리하락에 따른 조달 유인이 커진 영향으로 파악된다. 한은에선 올 상반기 대규모 만기도래가 예정된 회사채를 선상환하기 위한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46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중 절반 이상인 28조6000억원이 상반기에 상환해야한다.
대기업이 은행과 시장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보유한 현금 등이 빠르게 마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특정 산업에서 대규모 대출이 나타났다거나 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자금난 우려는 아직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2조원 증가해 잔액이 110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1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3년만에 1100조원 선을 넘었다. 지난달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2조7000억원 감소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4조7000억원 증가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은행수신은 32조4000억원 증가했다. 예금 금리가 높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정기예금이 24조3000억원 증가했고, 지방교부금이 유입된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시입출식예금도 35조1000억원 늘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