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민 생수' 제조 기업 농푸산취안(農夫山泉)의 창업자이자 3년째 중국 최고 부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산산(70) 회장이 자국에서 '역적' 취급을 받고 있다.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 디자인이 일본 그림이나 건축물을 차용했다는 친(親)일본 기업설이 불거진 데다 아들이 미국 국적으로 산다는 의혹까지 번졌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생수를 버리는 영상이 확산하는 등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SNS에는 농푸산취안의 제품을 변기나 싱크대에 버리는 영상을 올리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급기야 현지 누리꾼들은 무더기로 버린 농푸산취안 생수의 공병을 인증하는가 하면, 장쑤성의 몇몇 상점은 농푸산취안 제품을 팔지 않겠다며 이 기업 로고가 붙은 냉장고를 치우는 모습까지 SNS로 공유했다.
농푸산취안이 갑자기 불매운동 대상이 된 것은 이 기업이 친일 기업이라는 주장이 갑자기 확산했기 때문이다. 먼저 SNS를 중심으로 이 회사가 판매 중인 제품의 용기 포장 디자인이 일본 건축물을 닮았다고 주장하자 관련 의혹이 연달아 나왔다. 대표 제품인 생수병의 빨간색 뚜껑이 일본 일장기 색깔을 차용했고, 포장지에 그려진 산은 일본의 후지산을 그린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평소 외부 노출을 꺼려 온 중산산 회장까지 직접 나서 "이런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비난은 높아만 갔다.
이 영향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된 농푸산취안의 주가는 이달 들어 6%가량 하락했다. 시가총액 기준 300억홍콩달러(약 5조원)가 증발한 셈이다.
중 회장의 아들이 미국 여권 소지자라는 점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그의 아들인 중수쯔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을 졸업한 뒤 농푸산취안 이사회 구성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후계자인 그가 미국 국적이기에 "농푸산취안 제품을 사는 것은 미국인에게 돈을 주는 것이다",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억측이 이어지자 중국 내에서도 자중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저우더원 원저우 중소기업협회장은 SCMP에 "가장 무서운 것은 애국주의라는 이름으로 앞서가는 사람과 기업을 공격하는 일"이라며 "냉정을 찾자"고 호소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