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석유화학 업체들은 10년 전부터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장을 정리하는 등 꾸준히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공격적인 증설로 에틸렌 생산능력에서 뒤처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의 잇따른 증설 여파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10년 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석유화학 기업들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연 682만t으로, 한국(연 1266만t)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1990년만 해도 일본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 590만t으로 한국보다 4.6배 많았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 잇따라 증설에 나서며 2012년 초 역전됐다. 일본 기업들은 2014년부터 NCC 설비를 줄이기 시작해 2023년까지 14.7% 감소했다.
이에 일본 신에츠화학, 미쓰비시화학, 스미토모화학의 매출 가운데 범용 석유화학 비중은 2022년 45% 수준으로 축소됐다. 반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이 범용 제품으로 내는 매출은 전체의 59%에 이른다. 10년 전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간 일본 기업은 최근 들어서도 사업 철수 및 설비 폐쇄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일본 석유화학 기업이 진출한 신사업은 헬스케어, 배터리·반도체 소재 등이다. 인구 구조 고령화에 따라 여러 기업이 헬스케어 사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 생산공장을 증설하며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삼성증권은 “사업 재편에 성공한 일본 석유화학 업체의 주가(3월 초 기준)는 작년 1월 대비 평균 43% 올랐지만 같은 기간 한국 석유화학 기업 주가는 평균 23%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