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으로 고전하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정상화하기 위해 사업성을 개선할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인하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용적률 상향, 인허가 기간 단축 등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사비 갈등을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부동산원은 공사비 검증을 신청한 사업장이 2019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102곳으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2019년 도입된 공사비 검증제도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과도한 공사비로 인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 중이다. 2019년 도입 당시엔 신청 건수가 3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등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엔 30건의 검증 신청이 있었고, 올해 들어선 2건의 신규 신청이 이뤄졌다.
서울시도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새로운 공사비 검증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공사비 갈등을 투명하게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현장에선 공사비 검증제도가 사업만 지연시키고 시공사와 조합 양쪽의 갈등을 봉합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공사비 검증보다는 조합의 사업성을 높여주는 정책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과 별개로 과도한 공공기여를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 과도한 공공기여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예컨대 임대주택을 공공기여로 제공하는 경우 표준건축비로 지자체에 매각해야 해 사업성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표준건축비는 매년 2회씩 인상해 온 기본형 건축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용산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에 적용하는 분양가 상한제도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정부가 제시한 미래도시펀드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위한 12조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의 업무보고를 했다. 기존 금융회사에서 대출로 받은 자금을 안정적인 미래도시 펀드로 대체해 사업 자금 부족으로 정비사업이 중단·지연되는 사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토부는 세부 재원 조달방안을 마련해 내년 하반기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오는 11월부터 신도시 정비 전용 보증상품을 도입한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