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처방받은 치명적 약물을 환자 스스로 투여해 죽음을 맞는 ‘조력 사망’ 합법화를 추진한다. 프랑스는 2005년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도입했고 2016년 고통스러워하는 말기 환자에게 의사가 안정제를 투여해 수면 상태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마련했다. 그동안 환자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적극적 안락사와 조력사는 허용하지 않았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일간 리베라시옹 등 현지 매체들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환자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스스로 죽음을 맞는 조력 사망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조력 사망에 관한 법안을 오는 5월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법률안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조력 사망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 전문가의 동의를 통해 처방된 치명적 약물을 환자가 스스로 투약하는 방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조력 사망은 환자 동의가 필수적이며 정확한 기준과 의료 전문가 소견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조력 자살이나 안락사란 용어는 피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신체적 여건상 환자가 직접 하지 못하면 제3자의 도움을 받아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 환자의 사망 조력 요청을 받은 의료 전문가는 15일 이내 응답해야 하며, 이 절차를 거쳐 이뤄진 승인은 3개월 동안 효력이 있다.
한편 2002년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부모 동의를 전제로 아동 안락사도 허용한다. 이 밖에 룩셈부르크(2009년)와 스페인(2021년) 등도 적극적 안락사를 일부 도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