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 미래 돼 달라"…15년간 화학산업 리더 양성

입력 2024-03-11 19:35
수정 2024-03-12 00:19

서울 역삼동 GS칼텍스 본사 27층 콘퍼런스룸. 단상 한가운데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대형 스크린은 80명의 앳된 얼굴로 가득 찼다.

이들은 GS칼텍스가 마련한 16주짜리 ‘화학공학 엔지니어 리더십 프로그램’ 첫 수업에 참석한 학생들. 성균관대, 전남대, 중앙대, 한양대 등 4개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을 20명씩 선발해 한자리에 모았다. 학생들은 ‘불안정한 정유·석유화학 시장 대응방법과 신규 사업’을 주제로 연단에 선 조남규 기업전략팀장의 강연을 꼼꼼히 메모하며 교과서엔 없는 석유화학 현장 얘기를 들었다.

여러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발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는 더러 있지만, 특정 분야 전공자를 대상으로 4개월짜리 교육을 하는 건 이례적인 일. GS칼텍스 입사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석유화학의 미래를 이끌 인재 저변을 넓히자’는 허세홍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화학공학 전공자들의 관심을 요즘 뜨는 배터리, 바이오에서 석유화학 분야로 돌리려면 이 분야의 매력을 알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GS칼텍스는 지난 10여 년간 2개 대학 40명을 대상으로 하던 이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4개 대학 총 80명으로 늘렸다. 이들을 대상으로 주 1회 1시간씩 강의하고, GS칼텍스 임직원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진로상담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허 사장이 프로그램 구성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리더십 프로그램은 정유공정의 개괄적인 내용부터 올레핀 생산시설인 MFC 공정,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공정 등 생산과 관련한 강의를 중점적으로 한다. 글로벌 석유제품 시장, 주요 경쟁사 전략도 알려준다. 전남 여수의 GS칼텍스 공장을 견학하는 일정도 포함됐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프로그램 수강자들이 다른 에너지 기업으로 입사해도 개의치 않기로 했다”며 “크게 보면 ‘대한민국 석유화학 산업을 이끌 전사를 육성하는 사업인 만큼 다른 회사에 가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라는 게 허 사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화학공학 전공자를 배터리 업체와 바이오 기업이 쓸어가는 것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는 설명이다.

허 사장은 시간 날 때마다 임직원에게 인재 육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허 사장은 평소 ‘기업의 근간은 사람이며, 인재 없이는 기업 비전도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지난 1월 중순엔 ‘GS칼텍스 신임 팀장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팀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경쟁력 있는 조직 문화를 조성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