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드디어 말 통하네. 단맛도 그대로라 너무 좋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새로 출시된 '제로 칼로리' 음료의 후기를 남기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작성자는 동일 기업의 다른 음료까지 언급하며 "이왕이면 이 음료도 제로로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매실 음료로 잘 알려진 한 식품회사에서 500ml당 12kcal 수준의 '제로 칼로리' 매실 음료를 출시하자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이 매실 음료가 파는 편의점의 주소를 공유하는가 하면, 과거 이 음료를 광고했던 연예인까지 소환해 "제로 음료 나왔으니 다시 광고 찍자"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도 내놨다.
제로 음료를 출시해야 소비자들이 "말 통한다"고 말할 정도로 전례 없는 '저당·제로 식음료' 시대가 도래했다. 판매대엔 제로 칼로리 음료를 중심으로 무설탕·저당 간식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소비자들이 같은 제품군이면 저당이나 제로 칼로리 표시가 붙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열량이 높은 제품과 맛은 흡사한데 살이 덜 찐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2018년 1630억원에서 지난해 1조2780억원으로 5년간 7.84배 폭증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글로벌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향후 연평균 7.3%씩 성장해 2020년 1253억달러(약 165조원)에서 2030년 2435억달러(약 32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한 종합음료기업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제로 탄산음료의 성과를 높이 사기도 했다. 자사 탄산음료 내 제로 탄산음료의 매출액 비중이 2021년 12% 수준에서 2023년 30%대로 늘었기 때문이다.
무설탕·저당 식품에 에리스리톨, 아스파탐, 소르비톨 등 '대체당'이라 불리는 인공감미료가 주로 쓰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대체당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최근 드러난 인공 감미료의 부작용은 '심방세동'이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정상적으로 수축하지 않고 미세하게 떨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장기간 지속되면 혈전이 생성되면서 뇌졸중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난 8일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 의대는 미국 심장 협회 저널을 통해 인공감미료가 첨가된 음료를 장기간 다량 섭취하면 심방세동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37~73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 20만1856명을 평균 10년 동안 추적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 무설탕 감미료가 포함된 탄산음료를 주간 2L 이상 마실 경우 심방세동에 걸릴 위험이 20%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반면 설탕이 첨가된 음료를 2L씩 마시는 경우 심방세동 위험이 10% 높아졌다.
작년 7월에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 2B군으로 분류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스파탐은 아미노산계 인공 감미료로 대체당에 해당한다. 설탕보다 200배 달며 1g당 열량은 4kcal다. 다만 2B군은 '실험 동물이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지정되는 등급으로 알려졌다.
에리스리톨, 소르비톨 등 끝 글자가 '올(ol)'로 끝나는 인공 감미료는 당알코올에 해당한다. 당알코올은 1g당 0.5~3kcal로, 위와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몸에 소화·흡수되는 양이 30~50%에 불과하다.
소화되지 않은 당알코올은 대장에서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돼 메탄가스, 탄산가스 등을 만든다. 이에 평소 소화기가 예민한 사람은 당알코올 섭취 시 복통을 느낄 수 있다. 2016년 발표된 한국식품연구원 설탕 대체재 연구 동향 논문에 따르면 성인 기준 하루 40~50g 이상의 당알코올 섭취 시 복통 관련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인공감미료를 오랫동안 섭취하면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상승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당알코올과 소화기관과의 연관성에 대해 "관장약에 '락툴로스'라는 성분이 있는데, 당알코올이 대장에서 락툴로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대장에서 수분을 흡수해 설사를 유발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다만 고 교수는 "인공 감미료와 당뇨와의 연관성은 아직 학계서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쏠린 상황은 아니"라면서 "당뇨 발병을 높인다는 주장과 그래도 천연당보다는 낫다고 분석하는 연구가 양립한다. 둘 다 자주 섭취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