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산업이 40주년을 맞았다. 자동차보다 비싼 ‘카폰’을 시작으로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까지 엄청난 속도의 발전을 이뤄냈다. 전 국민이 항상 사용하는 서비스인 동시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필수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포니’보다 비싼 ‘카폰’
한국에 이동통신 서비스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84년이다. 당시에는 소수의 사람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처음 도입된 서비스는 자동차에 이동통신 장치를 설치한 형태의 카폰이었다. 카폰을 쓰려면 초기 설치 비용만 400만원 이상이었다. 같은 시기 ‘포니2’ 승용차의 가격이 350만원이었다.
지금과 같은 휴대용 이동전화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이다. 3년 만에 가입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보급이 이뤄졌다.
한국은 세계 이동통신 기술 발전을 이끌어왔다. 국내 이동통신 보급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1996년 한국이동통신은 세계 최초로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상용화했다. 한국이동통신은 SK텔레콤의 전신이다. 외국에 원천 기술이 있는 시분할다중접속(TDMA) 대신 자체 기술을 개발했다. 업계에선 CDMA 기술 최초 상용화를 한국이 이동통신 기술 주도국이 될 수 있었던 계기로 평가한다. CDMA를 개발하면서 기술 자립을 이루고 세계 이동통신 분야에서 시장성과 경쟁력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은 2006년 3.5세대 통신 기술인 고속하향 패킷 접속(HSDPA), 2013년 4세대 이동통신(LTE)의 개선된 기술인 ‘LTE-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2019년 정부와 통신 3사는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로 다시 한번 기술력을 과시했다. 연구 개발이 시작된 지 약 8년 만의 성과였다. 뉴 라디오(NR)라는 기술 명칭을 사용하는 5G는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이 특징이다. 빨라진 통신 속도 덕에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가상현실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었다.
통신사들은 세계 최초 상용화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SK텔레콤은 유럽 도이치텔레콤, 대만 타이완모바일, 미국 괌 IT&E 등의 해외 이동통신사에 5G 기술을 전수·수출했다. KT는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에 5G 네트워크 설계 컨설팅을 진행했다. 같은 시기 LG유플러스도 중국, 일본 등에 5G 솔루션을 수출했다.○‘탈통신’ 선언하는 통신사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장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통신 회선이 작년 12월 기준 8300만 개에 달할 정도로 시장은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산업 지형도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지난 5일 바른ICT연구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이동통신 4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경훈 건국대 교수 등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동통신 산업이 40년 동안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을 이끌어온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산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신 3사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했다. AI 투자를 세 배 이상 늘려 세계적인 AI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KT도 지난해 10월 자체 초거대 AI ‘믿음’을 발표하는 등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6월 ‘유플러스 3.0’이란 이름으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23년 7월 기준 통신 3사의 비통신 매출 비중은 SK텔레콤이 약 20%, KT 40%, LG유플러스는 20% 수준이다. SK텔레콤과 KT는 이 비중을 내년까지 각각 36%,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2027년까지 40%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