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카드 없이도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가 올들어 인기를 얻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현금카드 서비스다. 하루에만 1800명이 넘는 사람이 이용하는 날이 기록되는 등 이용실적이 확대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상대 부총재가 의장을 맡고 있는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모바일 ATM 입출금 이용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달 8일 1810건의 입출금이 기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6일 기록한 1364건을 넘어 역대 최고치다. 일평균 이용건수도 올들어 증가세다. 1월 430건에서 2월 627건으로 45.8% 증가했다.
지난해 11월까지는 하루에 25명 정도만 이용하던 서비스였지만 12월부터 서비스 대상을 안드로이드폰에서 아이폰 등 비안드로이드폰으로 확대하고, 이용 방식도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에 QR코드 방식을 추가하면서 이용자 수가 크게 늘었다.
모바일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우선 모바일 현금카드 앱을 다운로드한 후 은행 계좌와 연계해야 한다.SC제일·우리·신한·하나·기업·농협·대구·부산·제주·전북·경남·광주은행, 농협중앙회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수협·산업은행, 수협중앙회는 개별 은행 앱을 사용한다.
앱을 통해 이용 가능 ATM 위치를 확인한 후 모바일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현재 전국 약 5만개의 ATM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계좌를 보유한 은행이 아니더라도 17개 은행 ATM에서 동일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ATM 화면에서 QR코드 입출금을 선택하면 QR코드가 생성되는데 이를 앱을 통해 스캔하면 계좌 비밀번호 입력 창으로 넘어간다. 이후 거래는 기존 ATM 입출금과 동일하다.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이용자 수가 늘기는 했지만 국민적 인지도는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비스 개선과 유관기관 협력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이용 편의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이런 것까지 하나요?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소비자의 모바일 ATM 서비스까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금융기관과 한은의 협의체인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의 주관 기관이어서다.
이 협의회는 금융공동망 구축을 위해 설립한 금융전산위원회가 전신이다. 금융공동망은 1980년대 행정, 교육·연구, 국방, 공안 전산망과 함께 국가기간전산망 사업을 통해 구축 작업이 시작됐다. 한국은행 총재를 위원장으로 하는 금융전산위원회가 이를 담당하다가 전산망 구축이 차례로 완료되면서 법 개정을 거쳐 위원장이 총재에서 부총재로 바뀌었고, 2009년 한은과 민간 기관의 협의체 형태인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로 개편됐다, 한은 금융결제국이 협의회 사무국으로 돼있다.
협의회는 2010년 이후 전자금융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지급결제혁신과 관련한 기술·제도적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모바일 ATM 서비스의 경우에도 금융공동망을 활용한 거래가 필요하다. 금융기관이 다른 기관과 거래할 때는 이 망을 활용해야 한다. 모바일 ATM 서비스는 계좌를 갖고 있는 은행의 ATM이 아니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금융공동망을 통해 거래가 완료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