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②에서 계속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는 2013년부터 아침형 근무제를 실시해 0.6명이던 출산율을 10년 만에 3배 끌어올렸다.
오후 8시 이후의 잔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오전 5~8시 근무를 심야근무로 취급해 야근 수당(할증수당)을 지급하는 아침형 근무제와 함께 '110 운동'이 비결로 꼽힌다. 110 운동은 회식은 '1차만 밤 10시까지 끝낸다'는 캠페인이다.
아침형 근무제도로 기껏 일찍 퇴근했는데 밤 늦게까지 회식이 이어지면 제도가 무의미해 진다는 상사맨들의 경험칙에서 병행하는 제도다.
110 운동은 삼성그룹이 2012년 도입한 '119 캠페인(1가지 술로, 술자리는 1차만 하고, 9시 전에 끝내는 회식 문화)'을 이토추가 일본식으로 변형해서 2013년부터 실시하는 운동이다.
이케하다 마사토 이토추상사 홍보실장은 "일본은 술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 문화가 없기 때문에 '1가지 술로'를 뺀 대신 '9시는 너무 이르다'는 불만을 반영해 '10시까지'로 늘려 110 운동으로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
이토추상사가 일하는 방식 개혁을 시작한 2010년 이후 12년간 노동생산성은 5.2배 늘었다. 주가는 7.6배, 배당은 8.9배 늘었다. 회사만 좋았던 게 아니다. 직원도 좋았다.
2010년 1254만엔(약 1억1536만원)이었던 평균 연봉이 2022년 1830만엔(약 1억6834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평균 근속연수는 15.8년에서 18.3년으로 길어졌다. 더 많이 받으면서 오래 다니는 회사가 된 셈이다.
주주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해 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침형 근무제도를 실시한 이후 이토추는 건강검진을 강화했다. 새 제도가 생활리듬을 깨뜨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와 반대로 직원들의 건강은 오히려 크게 좋아졌다.
지방수치와 혈압 등 눈에 보이는 지표도 개선됐지만 압도적으로 좋아진 건 정신건강이었다. 덕분에 이토추는 직원의 건강과 생산성을 측정하는데 쓰던 돈을 줄이는 대신 직원들의 인적경쟁력을 높이는데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었다.
직원 건강 및 생산성 측정 비용은 2010년 7억2300만달러에서 지난해 5억7000만달러로 줄었다. 반면 인적자원 개발 투자비는 10억5000만엔에서 16억3000만엔으로 늘었다. 1인당 투자비는 24만3000엔에서 39만6000엔으로 늘었다.
중국어 자격증 소비자가 196명에서 1293명으로 늘어난데서 인적자원 개발 투자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직원이 좋으면 회사도 좋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토추는 왜 이렇게 생산성 향상에 올인할까. 생활·소비용품이 주력 사업인 이토추는 중후장대형 사업이 주력인 경쟁사보다 직원수가 30% 적다. 이들과 맞서려면 적은 인력으로 경쟁사와 대등한 성과를 내야한다. 노동생산성을 높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고바야시 부사장은 "일하는 방식 개혁은 경쟁사보다 적은 사원수로 승부를 할 수 있도록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④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