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는 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기대가 높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있는 나라의 주식이 왜 이렇게 싸냐는 거죠.”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 대표(사진)는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뜨겁다는 걸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목 대표는 국내 1세대 해외펀드 매니저로 꼽힌다. 2005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해 글로벌 투자를 맡았고, 퇴사한 뒤 지난해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 대표에 선임됐다.
목 대표는 해외투자를 하면서 알게 된 외국 기관투자가로부터 최근 자주 연락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오자 시도 때도 없이 질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일본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반신반의하다가 투자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일본의 학습효과로 한국 시장에 먼저 올라타려는 외국인이 돈을 밀어 넣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아직 ‘베이비 스텝(걸음마)’ 수준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증시 흐름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목 대표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후속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기업·국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소되면 정부는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고, 기업은 자금 조달 능력이 강화되고, 국민은 자산을 증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어온 투자 열풍으로 주식 투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어떤 정부도 이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는 미국이라고 봤다. 목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후 운용하고 있던 기존 타깃데이트펀드(TDF)의 포트폴리오를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과감히 재편했다. 그 결과 ‘TDF 2050’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13%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목 대표는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인공지능(AI)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며 “주주환원율도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일본도 많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주주환원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에 대해선 비중 축소 의견을 유지했다. 목 대표는 “증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20년 전으로 돌아간 상황이지만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미·중 갈등 등 외부 환경도 나아질 계기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맹진규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