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그룹과 통합한) 이번 결정이 결국 임성기 선대 회장의 뜻이고 한미의 방향입니다. 임 회장이 부탁하고 간 일을 제가 이행하고 있는 겁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OCI그룹과의 통합이 '연구개발(R&D)' 집중 신약 명가'라는 한미약품의 정체성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송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 임성기 선대 회장의 배우자다. 2020년 임 회장 별세 직후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한미약품 회장 자리에 오른 송 회장이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12일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간 그룹 통합 계획이 발표된 뒤 송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누이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송 회장이 진행한 그룹 통합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합병을 막기 위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다툼도 펴고 있다.
'임 회장이 살아있었다면 OCI 통합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송 회장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만큼 (이번 계획이) 허술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두 아들의 주장처럼) 한미를 이대로 내버려두자는 태도로는 회사를 지킬 수 없다"며 "해외 사모펀드나 일부 기업의 M&A 사냥감이 돼도 상관없다고 봤다면 OCI와의 통합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OCI 같은 이종기업과의 통합은 '한미의 신약 개발 DNA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도 설명했다. 임 회장이 생전 동아제약 지분 인수로 홍역을 겪은 뒤 '국내에선 동종 기업간의 윈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송 회장의 경영 이력이 짧다고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한미약품 탄생 전 약국을 운영할 때부터 자동차로 부식 실어 나르고 약사들 밥 먹여 가며 남편과 함께했다"며 임 회장 별세 후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게 좋겠다고 처음 제안한 것도 둘째 아들인 종훈 사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종윤·종훈 형제는 본인들을 포함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과반(6인)을 상정해달라고 주주제안을 신청한 상태다. 한미와 OCI 통합은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12%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송 회장은 "신 회장은 30년 전부터 한 가족같이 친한 사람"이라며 "얼마 전에도 만나는 등 자주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OCI 같은 든든한 지원군이 생기는 일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통합된 그룹의 지주사 명칭도 내년에 바꾸겠다고 했다"며 "최근 OCI홀딩스 계열사인 부광약품 대표로 한미약품에서 30년 재직한 부사장이 선임된 것도 OCI 측에서 부탁해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