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하루 4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을 꼭 내야 하나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10~20대 청년들이 국민연금공단에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월급날 통장을 확인했는데 시급으로 따져본 예상액보다 약 9%가 깎여있다. 사장에게 문의하니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돼있어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단돈 몇만원도 아쉬운 청년들로선 월급의 10분의1 가량을 보험료로 내는 것이 탐탁찮을 수 있다. 더욱이 지금의 20대가 은퇴할 2055년이면 완전 고갈된다는 뉴스가 들리는 국민연금에 ‘쥐꼬리’같은 아르바이트 월급을 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잠시 내려놓고 미래 연금수익만 생각한다면 젊을 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금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만큼 최고의 ‘재테크’가 없다는 것이 국민연금 직원들의 설명이다. ‘쥐꼬리’가 ‘용꼬리’ 되는 시간의 마법일단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소득이 있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은 모두 국민연금 의무가입대상이다. 때문에 정규 일자리가 아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가입 조건에 해당한다면 연금보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아르바이트생이 국민연금 납부 대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을 내야 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우선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고용기간이 1개월 이상이고, 근로시간이 월 60시간 이상이라면 사업장가입자로 가입해야한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월 소득의 9%다. 사업장가입자의 경우엔 사업자와 가입자가 절반(각각 4.5%)씩 부담한다.
구체적으로 가입 기준은 근로계약서 유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근로계약서가 있는 경우 계약서 상 고용기간이 1개월 이상(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도 포함)이고, 근로시간이 월 60시간 이상이면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다. 일용근로자의 경우 1개월 이상 근로하면서 월 8일 이상 근로하거나 월 60시간 이상 근로하도록 계약한 경우,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 없이 가입 대상이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소정근로시간을 알 수 없는 경우에도 실제 고용된 기간이나 근로한 시간이 위 기준에 부합하면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된다. 자연히 1개월 동안 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단시간 근로자나 일용근로자, 또는 1개월 미만의 기한을 정해 일하는 근로자는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 가입대상 기준에서 제외된다. 아르바이트 조건이 위 기준에 부합하는데 사업주가 4대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는 불법으로 과태료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국민연금을 납부하면 왜 좋을까.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길수록 수급액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은 40년 간 보험료를 납부하면 생애 평균 소득 대비 40%를 받는 구조다. 간단하게 이해해보면 보험료를 내는 동안 월 평균 소득이 300만원이었던 사람이 40년 간 보험료를 냈다면 노후에 연금으로 월 120만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가입기간 늘리는게 최고의 비결”국민연금 산식에 따르면 20년 가입자는 소득대체율이 20%가 된다. 이후 가입기간이 1년이 늘어날 때마다 1%포인트씩 대체율이 높아지는 식이다. 현실적으로 40년의 가입기간을 꽉 채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학창 시절 동안 1년이라도 가입기간을 늘리면 소득대체율이 1%포인트 늘어나는데, 월평균 소득 300만원을 가정하면 월 3만원, 한 해에 약 36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대략 80대 중반까지 20년간 연금을 받는다면 단순 계산해도 720만원이다. 국민연금은 매년 물가 상승률만큼 급여액이 높아지므로, 20년 간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로 받는 액수는 더 늘어난다.
국민연금 가입 대상인 아르바이트생들의 소득은 대체로 100만~200만원 수준인 경우가 많다. 사업장 가입자가 된 경우 월 소득의 4.5%를 납부하니 월 100만원 소득자라면 4만5000원씩 1년 간 54만원을 내게 된다. 이 아르바이트생이 결국 위에 제시한 사례만큼 연금을 받게 된다면 은퇴 후 연금을 2년만 받아도 낸 돈을 회수하고, 낸 돈의 최소 10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정치인들이 청년들의 환심을 사려는 공약들에서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것이 얼마나 노후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월 만 18살이 된 청년에게 국민연금 첫 1개월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 방안이) 사회적으로 국민연금 조기 가입을 유도하고, 가입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금 수령 혜택이 늘어나 청년층의 ‘연금 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