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08일 15:2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분 추가 매입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사진)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주제안은 첫 단추일 뿐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 측은 현재 다올투자증권 지분 14.34%를 가진 2대 주주다. 지난해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자 다올투자증권 주식을 쓸어 담아 지분을 확보했다. 최대주주인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회장 측(25.20%)과의 지분율 격차는 10.86%포인트다. 김 대표는 오는 15일 다올투자증권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책임경영 차원에서 최대주주와 2대 주주를 제외하고 소액주주에게만 차등 배당을 하자는 등의 내용을 주주제안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경영 참여를 선언한 이상 당연히 지분 추가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 회장과 본격적인 지분 경쟁에 돌입하겠다는 선언이다. 김 대표 측은 지난해 4~5월 다올투자증권 지분을 장내에서 집중적으로 매입한 이후 지금까지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필요 시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받겠다"고 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별 관계자를 제외한 김 대표의 지분은 현재 7.07%다. 김 대표는 "지분을 3% 이상 추가 매수하려면 대주주 승인이 필요하다"며 "추가 매입 계획이 구체화하는 시점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주총을 앞두고 내놓은 주주제안 중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차등 배당이다. 김 대표는 회사 경영이 정상화(순자본비율 450%, 영업순이익 점유율 1%, 자기자본이익률 10% 이상 달성)되는 시점까지 최대주주와 2대 주주를 제외하고 소액주주들에게만 배당을 하자고 제안했다. 차등 배당이 현실화하면 소액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68.7% 늘어난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회사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임에도 배당을 한다면 최소한 경영 악화에 책임이 있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실적이 개선될 때까지 배당을 받지 말아야 한다"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2대 주주도 함께 배당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사 보수한도 삭감과 이사 임기 축소 등도 책임경영 차원에서 제시한 주주제안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국내 증권사 중 최하위권 실적을 내고도 다올투자증권 경영진의 기본급은 최상위권"이라며 "이런 부조리한 관행을 고쳐나가는 게 기업 경영 정상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다올투자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다올투자증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5700억원에 이른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져 비율은 91%에 달한다. 국내 증권사 평균치(44%)를 훨씬 웃돈다. 김 대표는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신청 인용을 받아 다올투자증권의 부동산 PF 이사회 회의록 등 관련 자료를 받아볼 수 있게 됐지만 다올투자증권의 비협조로 여전히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다올투자증권은 가처분 신청 인용에 이의 신청을 하고, 이 결과가 나온 뒤에 관련 서류를 제공하겠다고 버티고 있다"며 "이의를 신청한다고 집행이 정지되는 건 아닌 만큼 법원 명령을 위반하고 있는 다올투자증권에 적절한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올투자증권 경영진은 위기 상황을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하루빨리 대처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끝으로 긴 호흡으로 주주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주제안 등으로 이슈를 키워 주가를 띄운 뒤 지분을 매각해 단기 차익을 거두고 나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 섞인 시선에 대한 반박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만기가 있는 펀드도 아니고, 법인도 아닌 개인이기 때문에 시간적인 측면에서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이번 주주제안을 시작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가 체질을 개선하고, 이사회가 책임 있는 경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주주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물리 교사 출신의 전문 투자자다. 교직 생활을 이어가면서 부동산 투자를 공부해 IMF 시기 교직을 내려놓고 부동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전에 투자일임업에 진출해 프레스토투자자문을 창업해 경영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