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사진) 미국 행정부가 고소득층을 겨냥한 부자 증세를 다시 꺼내 들었다. 막대한 정부 부채를 감축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재대결이 확정되자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진보층 표심을 미리 끌어당기려는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국정연설에서 증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초고액 자산가에겐 최대 25%까지 ‘억만장자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최저 법인세율도 기존 15%에서 21%로 올릴 계획이다. 표준 법인세율은 21%에서 28%로 인상한다. 구체적인 증세안은 다음주께 공개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억만장자세 도입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바이든 정부가 다시 증세를 추진하는 배경엔 정부 부채가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미국의 정부 부채는 26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증세안이 시행되면 향후 10년간 3조달러가량 감소한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미국 내에서 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CBO는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미국의 정부 부채가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의 99%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증세안이 11월 대선을 위한 정략적 술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증세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작아서다.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이고, 상원에선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진보적 의제로 중산층과 고소득층 유권자를 ‘갈라치기’하려 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이든 정부의 약점을 덮으려는 정책이란 해석도 있다. FT가 지난달 말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답변은 60%에 달했다. 2019년 취임 초 측정한 여론조사보다 11%포인트 늘어났다. 미국 유권자들이 바이든의 경제 정책을 불신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강경책을 내놨다는 평가다. FT는 “바이든 대통령은 강경한 경제 정책을 발표하며 81세 고령에서 오는 ‘기억력은 좋지만 연약한 노인’이란 이미지를 탈피하려 한다”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