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떠난 CJ제일제당, 中 알리에 입점

입력 2024-03-07 18:56
수정 2024-03-08 02:06
CJ제일제당이 7일 중국 e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했다. 알리가 국내 온라인 쇼핑 점유율 1위 업체인 쿠팡과 납품가 갈등을 벌이던 CJ제일제당을 전격 입점시킨 것이다.

알리는 최근 한국 업체들에 수수료 제로(0) 등 혜택을 내세우며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알리에 입점하면서 알리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전격 입점…대대적 판촉
알리는 이날부터 CJ제일제당의 햇반과 스팸, 비비고 만두 등 대표 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휴대폰 앱 첫 화면에 ‘오늘 단 하루 햇반 210g×24개 1만9680원’ ‘CJ제일제당 그랜드 런칭 이벤트’ 광고를 띄우고, 접속 화면에도 팝업 광고를 내걸었다.

알리에서 판매 중인 햇반 가격은 같은 중량과 개수 기준으로 CJ제일제당 공식몰(2만4900원)보다 21%가량 낮다. 비비고 왕교자와 통새우만두를 2개씩 묶은 상품은 2만2820원에 내놨다. 알리는 사흘간 주요 행사 제품을 구매한 고객 중 한 명을 뽑아 20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증정하는 경품 행사도 진행 중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알리 입점과 관련해 “제조업체가 새로운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사업 성장은 물론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만두, 가공 햄 등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최대 식품업체다. CJ제일제당의 입점을 계기로 국내 시장에 대한 알리의 공세가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선식품 판매 늘리는 알리CJ제일제당은 2022년 11월부터 국내 최대 e커머스인 쿠팡에서 햇반 등 일부 제품을 팔지 않고 있다. 납품가 갈등이 판매 중단으로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과도한 마진율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쿠팡은 “CJ제일제당이 여러 차례 공급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약속 물량의 절반만 공급했다”고 했다. 업계에선 CJ대한통운이 알리 상품의 국내 배송을 맡고 있어 CJ제일제당이 조만간 알리에 입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알리는 최근 국산 상품을 취급하는 ‘K-베뉴’를 확대하며 국내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쿠팡과의 앱 사용자 수 격차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국내 종합 쇼핑 앱 월간 사용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18만 명이다. 작년 동월(355만 명) 대비 130% 늘었다. 기존 2위였던 11번가(736만 명)를 제치고 한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쇼핑 앱이 됐다. 쿠팡의 지난달 앱 사용자 수는 3010만 명이었다.

알리 등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은 국내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생수, 라면 등 가공식품을 주로 취급하던 이들은 최근 신선식품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알리는 지난 4일부터 딸기, 토마토, 한우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알리의 신선식품 판매는 국내 업체들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줬다. 신선식품은 품질은 물론 빠른 배송이 관건인 만큼 국내 업체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알리가 자본력을 앞세워 물류를 효율화하고 이용자를 늘려 매입 단가를 낮추면서 시장 경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연내 알리의 국내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배송 기간이 1~2일 이내로 단축된다.

국내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GS샵은 ‘품질 불만족 시 100% 환불’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신선식품 예약 서비스를 출시했다. G마켓도 익일 배송 서비스 ‘스마일 배송’에 신선 상품을 추가했다. SSG닷컴은 ‘쓱1데이 배송’ 상품을 늘릴 계획이다.

하헌형/양지윤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