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세포치료제 개발·생산업체인 차바이오텍이 내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개정에 따른 수혜와 첨단 바이오시설 완공으로 2등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중국 시장을, 싸이토젠은 일본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 롯데호텔에서 7일 열린 ‘2024 한경바이오인사이트포럼’ 둘째날 행사에서 기업설명회(IR)에 나선 바이오 기업 40여 곳은 해외 시장 공략 전략과 임상 성과, 기술 수출 목표 등을 공유했다. ○세계 시장 주름잡는 K바이오양은영 차바이오텍 본부장은 이날 IR 발표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이미 88개의 세포치료제 관련 특허와 함께 면역세포주 6개, 줄기세포주 8개를 보유한 세계 최대 셀(세포)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며 “내년까지 전 세계 생산시설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바이오텍은 미국 텍사스의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 일본 도쿄의 마티카바이오재팬, 국내 분당차병원, 마티카바이오랩스(경기 성남시 판교동) 등 네 곳에 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을 구축했다. 내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연면적 6만6115㎡ 규모의 첨단바이오시설 셀진바이오뱅크(CGB)가 완공되면 미국 유럽 경쟁사보다 생산량이 두 배 이상 많은 압도적인 세계 1위 세포치료제 생산업체가 된다.
그는 “마티카바이오재팬에서만 암 환자를 위한 면역세포 요법 관련 누적 1만 건 투여 성과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도 이날 행사장에서 “개정 첨생법이 내년 2월 시행되면 임상 환자가 아니라 일반 환자에게도 세포치료제가 폭넓게 허용된다”며 “많은 난치·희귀질환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암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을 통해 다른 장기로 암을 전이시키는 순환종양세포(CTC)에 대해 반도체 기반 진단기술을 갖춘 싸이토젠은 일본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이해웅 싸이토젠 본부장은 “미국 정부의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문샷’에 참여하고 있다”며 “일본에 진출해 올해 초 CTC 플랫폼을 사용하는 일본 내 첫 번째 기업이 됐고 다이이찌산쿄 등 일본 대형 제약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 진단업체인 젠큐릭스의 조상래 대표는 “아시아 최초로 유방암 예후진단 검사 허가를 받아 아시아에 진출했다”며 “8개 제품의 유럽 등록을 마쳤고 올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해 미국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대표 기업인 마이크로디지탈의 김태영 본부장은 국산 소용량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기)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제품 개발을 완료해 곧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시장은 세계 바이오리액터 3대 업체(싸토리우스·써모피셔·싸이티바)도 아직 못 뚫은 틈새시장이다. ○계열 내 최고 신약 기대감이날 한올바이오파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바토클리맙’의 임상 일정과 중국 진출 전략 등을 공유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항FcRn 치료제’시장에서 선두그룹으로 평가받는다. 세포 내 면역세포 분해를 막는 FcRn 수용체의 기능을 억제하는 약이다.
기존 치료제인 휴미라가 잘 듣지 않는 환자를 타깃으로 한 시장으로 항FcRn치료제시장 규모가 연 400억달러(약 53조원)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연정 한올바이오파마 글로벌전략실장은 “바토클리맙은 환자가 집에서 자가투여할 수 있고 효능과 안전성이 높으며 다양한 용량(고용량·저용량)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계열 내 최고 약물로 등극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 허가 일정은 장기안전성 데이터를 포함하기 위해 신약허가승인신청서(BLA)를 철회한 뒤 상반기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세계 최초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치료제 특허를 등록한 박셀바이오는 올해 정부의 품목 허가를 받아 본격적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신의철 박셀바이오 전략기획본부장은 “반려동물 대상 면역기능보조제도 사업화를 준비 중이며 반려묘 제품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큐라클은 올해 경구용 혈관내피기능장애 차단제인 ‘CU06’의 당뇨병성 황반부종 미국 임상 2b상에 착수할 방침이다. 유재현 큐라클 대표는 “현재 CU06의 아시아 판권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뱅크힐링은 국내 최대 규모의 대변은행과 분변이식 제품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원석 바이오뱅크힐링 이사는 “올해 먹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 시디피실감염증에 대한 임상 1상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제주=안대규/김예나/박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