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유화 제스처 보낸 왕이…"양국 손잡으면 큰일 해낼 것"

입력 2024-03-07 18:54
수정 2024-03-08 02:21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 장관(사진)이 7일 양회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를 계기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만이 조국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에서 독립을 추구하는 자는 반드시 역사에 의해 청산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했다.

왕 장관은 대미 관계 등과 관련해 다소 완화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이후 미·중 관계는 약간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잘못된 인식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왕 장관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 수단이 계속 새로워지고 일방적인 제재가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이 항상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강대국의 신용은 어디에 있냐”고 반문했다. 다만 그는 “미국과 대화·소통을 강화하고 각계 인사와 우호적인 교류로 더 많은 이해의 다리를 놓길 바란다”며 “양국이 손을 잡으면 세계에 좋고, 큰일을 많이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왕 장관은 한반도 문제는 대화로 풀 것을 요구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가 날로 긴장되는 것은 중국이 원치 않는 일”이라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근본적인 길은 평화 협상을 재개해 당사자, 특히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의 처방전은 이미 준비돼 있다”며 “중국이 제시한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북미평화협정 동시 추진)과 단계적·동시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양회 기간 신임 외교부 장관이 임명될지는 미지수다. 왕 장관은 작년 7월 전랑외교의 상징인 친강 전 외교부 장관이 갑작스레 면직되면서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외교부 장관을 겸임하고 있다. 외교부 장관직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번 양회에서 신임 장관이 임명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후임으로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