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버티자" 농식품부, 과일·채소 단가·할인 지원 나선다

입력 2024-03-07 17:29
수정 2024-03-07 17:45

정부가 치솟는 과일 가격을 잡기 위해 두 달간 약 430억원을 들여 납품단가 인하와 할인 지원에 나선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과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단 사과 수입 가능성에 대해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7일 오후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과일 수급 동향 및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송 장관은 “농식품부는 최근 물가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참외 등 대체 과일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전까지 과일·채소 중심으로 납품단가 인하와 할인 지원을 거듭하겠다”고 했다.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사과와 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0%, 61.1%씩 상승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정부와 유통업체의 할인을 반영한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는 사과가 27.3%, 배 41.8%씩 오른 상태다.

농식품부는 4월까지 204억원을 들여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과일·채소 13개 품목의 납품단가를 지원할 계획이다. 사과의 경우 1000? 규모에 대해 산지 선별·운송비를 추가 지원한다. 낮아진 단가를 유통업체 판매가격과 연동시켜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대한 낮추기로 했다.

할인 지원을 위해선 당초 계획보다 86억원 늘어난 230억원을 투입한다. 사과와 전·평년 대비 30% 이상 가격이 높아진 모든 품목에 대해 정부 할인(20%)과 유통업계 자체 할인(20% 이상)을 적용할 방침이다.

참외 등 대체 과일이 다음 달부터 시장에 풀리는 만큼 그전까지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7월께 조생종 사과가 출하되면 지금의 ‘사과 대란’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구상이다.

사과는 일명 '못난이 사과'로 불리는 비정형과와 소형과를 지속해서 공급하고 판촉전도 준비하기로 했다.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수입과일 할당관세 품목을 늘리고 도입실적과 가격 인하도 점검하기로 했다.

송 장관은 “수요를 분산하는 차원에서 대체 과일의 해외 도입 확대하고, 상반기 물량이 신속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업체별로 수입실적 인센티브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사과 수입 개방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송 장관은 “수입을 위한 검역 절차는 평균적으로 8년 넘게 걸린다”며 “올해처럼 사과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취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외 농산물을 수입하면서 예상치 못한 병해충이 함께 들어오면 국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고, 이것이 다시 해외로 수출될 수도 있다”며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은 “지난해 똑같이 기상 상황이 안 좋았는데도 일부 농가에선 오히려 생산성이 좋아진 사례가 있었다”며 “올해 기상 조건이 열악하더라도 작년처럼 과일 생산량이 줄어드는 일이 없도록 이들 농가의 사례를 참고해 대책을 실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단기적 대책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대응 방안까지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단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장기적 대책에 수입 개방에 관한 내용은 없다”고 했다.

송 장관은 “농식품부 전 직원 주말을 가리지 않고 물가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농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