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수도권 카페서 알바하는 이유…日 '무서운 현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4-03-07 07:07
수정 2024-03-07 09:10


지바현 지바시에 거주하는 미야자와 리오 씨(25세)는 도쿄 오모테산도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지바의 최저임금은 1026엔(약 9120원)인데 반해 도쿄의 최저임금은 1113엔(약 9894원)으로 87엔(약 773원) 더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 근로자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도쿄를 오가는 지하철 비용은 문제가 안된다.



이바라키현 쓰지우라시에 사는 대학생 에가와 가즈키(24세)는 이웃 현이자 수도권인 지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에가와는 "JR조반센(도쿄, 이바라키, 후쿠시마, 미야기를 잇는 철도 노선)을 타면 도쿄까지 갈 수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이바라키현의 최저임금은 953엔으로 도쿄와 지바보다 훨씬 낮다.

지방의 젊은 인력들이 대도시로 향하는 건 간사이 지방도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이 929엔인 와카야마현의 젊은 세대들은 1064엔의 이웃 오사카부로 아르바이트를 간다.



반대로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 중서부 해안 지방인 후쿠이현의 최저임금은 931엔으로 교토(1008엔) 시가(967엔) 등 주변 지역보다 낮다. 2022년까지 15년간 후쿠이현의 20대 인구는 24% 감소했다.



인력난이 심각해 지면서 후쿠이현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수를 나타내는 지표)은 일본 최고 수준이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지역과 업종에 따라 다르다. 그만큼 결정 방식도 한국보다 복잡하다. 먼저 후생노동성의 자문기관인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4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경제 사정에 따라 3개 등급으로 나눈다. 그리고 경기와 고용 지표 등을 참고해 목표 인상폭을 결정한다.



이를 기준으로 경영자와 근로자 대표 등으로 구성된 각 지자체의 지방최저임금심의회가 생계비, 기업의 지급 능력 등을 따져 자기 지역의 인상폭을 최종 결정한다.

중앙최저임금심의회는 매년 6월말부터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새로 확정된 최저임금은 그해 10월 무렵부터 적용된다. 그래서 일본의 최저임금은 보통 10월에서 이듬해 10월까지의 1년이다.



업종에 따라 결정되는 '특정 최저임금'도 있다. 일본의 최저임금이 두가지 종류라고 말하는 이유다. 2023년 3월말 기준 일본에는 226 종류의 특정 최저임금이 있다. 근로자는 지역별 최저임금과 특정 최저임금 가운데 높은 금액을 적용받는다.

한국에서는 매년 최저임금을 논의할 때마다 일본식 최저임금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지역의 현실을 무시한 채 전국 공통인 최저임금이 지방 경제를 피폐하게 만든다는 논리다.



일본에서는 한국과 같은 이유로 지역과 업종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통일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에서는 작년 5월 최저임금의 일률화를 목표로 내건 '최저임금 일원화 추진 의원 연맹'이 발족했다. 같은 해 4월 일본변호사연합회도 최저임금을 통일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3일 일본 최대 노조 렌고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최저임금 통일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채택한 지방의회가 80곳으로 사상 최대였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이와테, 시마네 등 광역지자체 2곳도 최저임금 통일을 요구했다. 日경제 발목잡는 최저임금②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