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그래도 전기차는 계속된다

입력 2024-03-08 07:40
-들쑥날쑥 전망, 환경 인식 점차 높아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예측은 조사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내연기관의 저항만큼 전환하려는 의지도 막강해서다.

미국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는 소비자들의 전기 동력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는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2024년 선호도 상위 10개 차 가운데 7개가 전동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전동화'는 HEV와 PHEV를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일본이 주력하는 HEV 강세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그러나 컨슈머 리포트는 HEV 외에 BMW X5 PHEV가 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전기차가 서서히 소비자 선택지 안에 포함되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미국 내 PHEV 판매가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음을 주목했다.

컨슈머 리포트의 평가는 미국 소비자들이 내연기관의 대체재로 HEV를 고르지만 고효율에 대한 욕망에선 여전히 PHEV를 주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미국 내 현대차 경영진은 제네시스에 HEV가 아닌 PHEV 파워트레인 탑재를 요구했지만 개발 여건 상 현대차는 HEV를 내놓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HEV로 주력 수요에 대응하되 이후 BEV로 직행한다는 전략이다.

그런가하면 유럽에선 내연기관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2035년 판매 금지 입김이 거세다. 심지어 자동차 제조사 연합인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의 루카 드 메오 회장은 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위해서는 적절한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적절한 조치란 중국산 전기차의 습격 대비 방안을 의미한다. 유럽 내 BEV 수요 둔화와 중국 경쟁업체들의 저가 제품 출시에 대항하려면 비용 절감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동시에 유럽 내 자동차회사들은 BEV 수요 촉진을 위해 더 많은 정부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BEV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쏟아진다. 딜로이트는 최근 미국과 독일 및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BEV의 소비자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점을 들고 나왔다. 특히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BEV와 달리 내연기관 선호도가 올라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미국 BEV 선호도는 6%에 머물고 소비자 대부분이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같은 통계를 두고 달리 해석하는 사람도 많다. 딜로이트가 각 나라의 동력원 구매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2024년 기준 중국의 전기차 선호도는 33%로 여전히 높고 동남아시아 및 인도는 10%, 독일은 13%, 한국은 15%, 일본은 6%라는 점을 눈여겨본다. 이 정도 선호도는 아예 관심이 없었던 과거와 비교할 때 비약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물론 BEV에 대한 실제 구매력은 최근 많이 낮아졌다. 내연기관 대비 고가라는 점과 긴 충전 절차, 짧은 주행거리로 인한 불편함이 배경이다. 그래서 각 국은 충전 인프라 확충에 매달린다. 한국만 해도 올해 충전 인프라에 배정된 예산이 4,365억원이다. 특히 급속 충전기 비중 확대에 치중하는데 전기차 보급보다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그래야 이용자의 불편이 사라지는 탓이다. 아울러 제조사들은 내연기관 대비 저렴한 전기차 유지비 장점을 적극 부각시킨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주의 깊게 바라본다. 딜로이트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이유는 '운영 비용 절감'이 꼽히지만 독일(45%), 인도(68%), 일본(36%), 동남아시아(61%), 미국(53%) 등에서 '환경에 대한 우려'로 전기차를 구매한다고 밝히는 사람도 적지 않아서다. 전기차는 단순한 경제적 접근이 아니라 기후 변화 위기를 실감하는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간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