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사무실 현장조사에 나서자 중국 쇼핑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강화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플랫폼을 제치고 유통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요인으로 초저가 상품과 함께 이들이 국내에서 제대로 규제받지 않고 있는 현실이 꼽힌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유통업체들과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연 데 이어 공정위가 첫 현장조사에 나서면서 중국 플랫폼의 국내 공략 속도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칼 빼든 정부…규제 효율성은 우려
6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중국 플랫폼의 핵심 상품은 현지 셀러들이 조달한 초저가 공산품이다. 국내 셀러들의 비슷한 상품에 비해 낮게는 10분의 1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주문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플랫폼과 중소업체,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의 우려가 쏟아져 나온다. 중국 플랫폼이 한국 시장을 잠식해 국내 플랫폼이 밀려나면 입점한 셀러들도 함께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국내 업체들이 정부 규제에 따라 상품에 대해 각종 인증을 받아야 하는 반면 중국 내 셀러들은 인증 의무가 없어 역차별 논란도 거세다. 소비자들 또한 ‘짝퉁’ 상품 유통, 개인정보 유출, 유해·선정성 광고 등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
작년 한국소비자연맹이 접수한 알리익스프레스 소비자 불만 건수는 456건으로 전년 93건 대비 약 5배로 증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위반 혐의가 있으면 즉시 모니터링에 나서는 등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알리코리아 현장조사에 나선 것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는 주문 건수에 비해 소비자 분쟁 조직과 인력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중국 내 셀러 정보 고시 등 국내 주문자의 피해 방지를 위한 의무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짝퉁 상품 판매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당시 “불공정행위 관점에서 조사를 검토하고 필요하면 임시중지명령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행 국내 법령상 현지에 기반을 두고 국내 소비자 직구 방식으로 물품을 판매하는 중국 플랫폼을 규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식 수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도 중국 현지 셀러 상품을 일일이 조사하는 대신 알리코리아의 소비자 보호 의무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근거가 희박해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용자 급증하는 中 플랫폼정부가 고민에 빠진 사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앱의 국내 사용자 수는 토종 e커머스 앱을 하나둘 제치며 1위인 쿠팡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이날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이들 3개 플랫폼 사용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의 모바일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18만 명에 달했다. 작년 같은 달(355만 명)보다 130% 늘어난 수치로 2016년 집계 이후 가장 많다. 알리익스프레스는 11번가(736만 명)를 제치고 사용자 수 2위에 올랐다. 1위는 쿠팡이다. 지난달 쿠팡 앱 사용자는 301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만 명 증가했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진출한 테무는 1년도 채 안 돼 4위로 발돋움했다. 2월 기준 테무 앱 사용자는 581만 명으로 G마켓(553만 명)을 추월했다. 중국 패션 플랫폼 쉬인의 MAU도 지난해 2월 14만 명에서 올해 2월 68만 명으로 380% 넘게 급증했다.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은 최근 신선식품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자본력을 토대로 물류를 효율화하고 이용자를 늘려 매입 단가를 낮추면서 시장 경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박한신/양지윤/이선아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