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민간 에너지 기업들의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 물량이 1000만t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도입량의 20%를 넘는 수치로, 10년 전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하던 국내 LNG 도입 경로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6일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공사를 통하지 않고 국내로 직수입된 LNG 물량은 968만t으로 전년 717만t에 비해 35% 늘었다. 2020년 916만t을 약 52만t 웃도는 역대 최고치다. 10년 전인 2013년 148만t에 비해서는 6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직도입 물량은 전체 LNG 도입량 4415만t 중 약 22%를 차지했다.
직도입 물량 증가에 따른 가스공사 배관의 민간 이용률도 작년 18.7%로 2022년 12.9%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민간 LNG 저장탱크 용량(완공 기준)은 지난해 213만kL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10년 전인 2013년 53만kL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LNG 직도입 제도는 2005년 자가소비용에 한해 처음 허용됐다. 이후 SK E&S, GS에너지 등 에너지 기업이 다양한 루트로 저렴하게 LNG를 들여오고 있다. 직도입 물량이 1000만t에 육박하면서 기존 가스공사 독점체제에 가깝던 도입 루트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MMBtu당 13.8달러(JKM 기준)로 예년보다 높았음에도 직도입 물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체리피킹’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체리피킹은 직도입사들이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비쌀 때는 직도입하지 않아 국내 수급 불안을 야기하고 가스공사의 도입 가격을 높인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천연가스 가격은 전년 33.98달러에 비해 크게 낮아지긴 했지만 2020년 4.39달러보다는 3배 이상 비쌌다. 그러나 2020년 916만t에 비해 오히려 50만t 이상 도입량이 증가한 것이다. 한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직도입사들은 국내에 저렴한 LNG를 공급해 전력시장가격(SMP) 인하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