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호 삼성SDI 대표가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제조회사 ‘빅3’ 가운데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제시한 것은 삼성SDI가 처음이다. 이에 대해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고체 배터리의) 완성도를 높여 제대로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수요 캐즘’(일시적 정체)이 발생하는 가운데 차세대 배터리 양산을 향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엇갈린 전고체 배터리 전략삼성SDI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 배터리 2024’에 전시관을 마련하고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형태의 전해질을 활용하는 차세대 제품으로 가벼우면서 에너지 밀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도심항공교통(UAM) 등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상용화하려면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필수다.
국내 배터리셀 제조 업계 2위인 삼성SDI는 3사 가운데 새로운 기술 개발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니켈 함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성능을 개선한 삼원계 하이니켈 배터리의 주도권을 잡고 있어서다. 삼성SDI가 양산에 성공한다면 판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전고체 배터리의 첫 번째 프로토 샘플을 생산했다. 2026년까지 성능을 개선해 2027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게 삼성의 계획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미국 등에 기존 배터리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 공장을 대거 짓는 데 돈을 쏟아부은 것과 달리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풍부한 편”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투자는 계속될 것”LG에너지솔루션은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대한 설명이나 전략을 부스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 대표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전고체 관련 기술력이 (다른 회사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면서도 “미래 기술이다 보니 완성도가 높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서둘러 양산 시점을 앞당겨 봐야 오히려 위험 요소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래기술센터를 CEO 직속으로 두고 전고체 외에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경쟁력은 압도적인 제조 수율”이라며 “리튬황 계열의 배터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선택지를 두고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전고체 배터리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SK온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화 전략에 집중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석희 SK온 대표는 이날 “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다”며 “2026년에는 양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LFP 배터리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으로 시장이 블록화하면서 북미 시장에선 한국의 LFP 배터리를 원할 것”이라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은 포스코그룹이 2차전지 산업의 투자 조정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신임 회장의 전략은 ‘2차전지 투자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김형규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