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0년 주기' 정말 온다면…지금 집 사도 될까 [2030 신부동산 공식③]

입력 2024-03-13 13:00
수정 2024-03-14 20:27

부동산 시장에는 '10년 주기설'이라는 게 있다. 성장기-성숙기-쇠퇴기-천이기-악화기라는 일정한 주기(사이클)를 갖는데, 이 기간이 대략 10년이 걸린단 이론이다.

시장 안팎에선 올해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10년 전인 2014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시장 침체가 바닥을 찍고 시장이 되살아나던 시기와 여러모로 닮아 있어서다. 10년 주기설을 보태면 올해는 바닥으로 추락할까, 아니면 이전과 같이 바닥을 딛고 다시 한번 용수철처럼 튀어오를지도 시장의 궁금증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악화하고 있다. 집값이 내리는 것은 물론 내놨던 매물도 소화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시장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지만 포기하긴 이르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처럼 하락장은 또 다른 누구에겐 '내 집 마련'의 찬스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엔 저평가된 곳들의 집을 매수하기 좋은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긴 호흡서 반복되는 사이클13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10년 전 2014년 전국 집값은 3.41%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2.34% 하락한 전국 집값은 이듬해인 2009년 3.1% 반짝 상승하는 듯하더니 2010년(-1.33%) 다시 고꾸라졌다. 2011년(0.98%) 오르며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잠시 2012년(-4.62%), 2013년(-0.4%) 두 해 연속 하락했다. 사실상 2008년 이후 5% 가까운 하락을 보이면서 시장 부진이 이어진 셈이다.

전국 집값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 집값을 보면 이런 흐름이 더욱 명확했다. 2008년 2.22% 하락했던 서울 집값은 2009년(5.54%) 반짝 상승한 이후 2010~2013년까지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4년 동안 11.77% 하락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호황기는 무려 8년을 지속했다. 2014~2016년 3~6%대의 한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던 집값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2017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한다. 2017년 전국 집값이 7.02%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18년 12.72% △2019년 6.23% △2020년 20.87% △2021년 19.26% 등 8년 동안 81.33% 급등했다.

역사가 반복되듯 긴 상승 끝엔 하락이 자리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저금리 상태가 계속되다 2022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시중엔 돈이 마르기 시작했다. 유동성이 악화하면서 집값 상승에도 제동이 걸렸다. 2022년 4.5% 내린 집값은 지난해에도 4.13% 하락하면서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10년 만에 다시 변곡점을 맞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5년 주기설, 10년 주기설 등 기간에 맞춰 부동산 시장이 일정하게 출렁인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상승과 하락 주기가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거쳐서 이어지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변곡점 맞은 부동산 시장…10년 전과 현재, 무엇이 다를까2014년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회복하고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한 시점이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과 함께 '돈줄'을 확 풀어준 '초이노믹스'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데 일조했다. 2014년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선 50%, 60%, 70% 등으로 차등화했던 LTV(담보인정비율)를 70%로 단일화했다. DTI(총부채상환비율) 역시 60%로 완화하는 등 대출 규제를 확 풀었다. '빚내서 집 사라'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후속타로 '9 ·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또 재건축 연한 완화, 신도시 공급 중단, 청약제도 개선 등 추가 조치를 내놓았다.

정책이 시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하자 반응이 곧바로 나타났다. 청약시장엔 광풍이 불면서 지방광역시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백대 1의 경쟁률이 나오는 단지가 속출했다. 건설사들의 골칫거리였던 미분양도 크게 줄었다. 2013년 7만건 이상 웃돌던 미분양 가구수는 2014년 11월께에 3만9703건으로 3만건 이상 감소했다.

거래량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106만673건을 기록한 이후 7년 동안 100만건을 밑돌았다. 하지만 2014년 107만1295건을 기록하면서 그간의 침체를 털어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2008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수년간 가격이 내렸다"며 "가격이 내리자 정부가 대출을 풀어주는 등 대책을 내놨고 가격 하락과 정책 효과가 맞물려 시장이 반등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선 정반대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집값은 오를대로 올랐지만 대출은 더 조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시행했다. 일단 시중은행 주담대를 중심으로 적용되고 조만간 전 금융권 대출 전반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가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는 것은 고금리 국면으로 바뀌면서 기존 DSR 방식이 한계를 보여서다.

기존 DSR은 대출 취급 시점 금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미래 위험을 반영하지 못한다. 하지만 스트레스 DSR은 미래 위험까지 반영한다. DSR 적용 시 '과거 5년 내 최고 대출금리와 현시점 금리 간 차이'를 기준으로 가산금리를 적용, 향후 금리가 급격히 튈 것에 대비한다.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면서 대출받기 더 어려워진 셈이다.

부동산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도 비관적이다. 먼저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지 못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아파트 매매거래는 각각 64만9652건, 73만6843건이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총 8년 간의 평균 거래량 125만3113건의 절반 수준이다. 집값 역시 2년 간 8% 넘게 내렸는데, 2014년 이후 8년 동안 상승한 81.33%의 10% 수준 만 내려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가격이나 거래량, 대출 조건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했을 때 10년 전 '초이노믹스'로 상황이 반전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역동적인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단 뜻이다.

함영진 우리은행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장대우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정책 대출도 신생아 특례대출로만 한정된 상황"이라면서 "스트레스 DSR 등 돈줄을 죄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당분간 유의미한 가격 회복, 거래량 증가 등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 전망 많지만…"위기는 기회"전문가들 대다수는 올해도 집값이 내릴 것으로 봤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4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주택 매매가격 전망을 묻는 설문조사에 공인중개사와 은행 프라이빗뱅커(PB) 중 각 79%가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74%가 집값 하락을 예상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시장 환경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전문가와 공인중개사 3분의 1이 수도권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봤다. 비수도권은 전문가의 88%, 공인중개사 70%가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의 경우 비수도권 집값 하락률이 3%가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점 역시 올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문가들의 50%, 공인중개사들의 59%는 올해가 주택 매매시장 경기 최저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2026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응답은 소수에 그쳐 늦어도 2025년까지는 주택 경기가 최저점을 지나 회복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박사는 "주택 경기 회복을 위해선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현재 시장 침체가 수요 감소에 따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수요 회복 여부가 향후 시장 흐름을 결정할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집 마련'은 대체 언제 해야 하나'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고점에 물려 속이 쓰린 유주택자도 있지만 아직은 집을 사지 않고 기다리는 무주택자들도 많다. 항간엔 '무주택자들은 아무 때나 집을 사도 된다'라는 얘기다 많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런 말은 국가가 급성장을 하던 시기에나 통하던 얘기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 구입을 생애 주기에 있어 가장 큰 자본이 들어가는 이벤트 가운데 하나"라면서 "과거 우리나라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기엔 '아무 때나 사도 된다'는 말이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예전보다 세밀하고 정밀한 판단을 통해 주택을 매수할 필요가 있다"며 "저점을 잡을 수 있다면 시기를 가늠해 집을 사는 게 더 나은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최저점에서 집을 사긴 어렵겠지만 대비는 할 필요가 있단 조언도 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단기간에 15%가 넘는 급격한 조정이 일어난다면 내년에 하락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반면 완만한 하락 조정이 이어진다면 하락이 끝나는 시기는 조금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미 '무릎' 아래로 가격이 내려간 지역이 있다면, 집을 사기 아주 좋은 시기가 올 것이다.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선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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