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06일 14: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관들이 자금을 푸는 ‘연초 효과’로 달아올랐던 회사채 열풍이 사그라지고 있다. 연초부터 연기금 등 ‘큰손’ 기관들의 매수세가 거세지면서 올해 들어서만 32조원에 달하는 회사채가 시장에 쏟아졌다. 하지만 1분기 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깐깐하게 매수 주문을 넣고 있는 분위기다.
조달 창구 회사채 시장 찾는 기업 늘어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총 31조9036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14조7152억원을 찍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14조9030억원으로 발행 규모가 더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4조8857억원)과 비교하면 28.2% 상승했다.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 규모도 역대급으로 치솟았다. 올해 1~2월 회사채 순발행액은 12조473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대거 뛰어들었다. 기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연초 효과’와 겹치면서 AA급 우량채부터 BBB급 비우량채까지 신용도·업종에 무관하게 ‘뭉칫돈’이 쏟아졌다. 특히 BBB급 회사채들은 IPO(기업공개) 공모주 청약 열기에 힘입어 이례적인 ‘완판’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하이일드 펀드가 신용등급 BBB+급 이하의 비우량 회사채 45% 이상을 담으면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각 회사 민평금리 대비 낮은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우는 ‘언더 발행’도 잇따랐다.
회사채 차환 규모가 예년보다 많이 늘어난 것도 발행액이 치솟은 배경이다. 올해 1~2월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15조238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조9137)보다 39.6% 늘어났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LG그룹이 회사채 발행을 주도했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LG그룹은 올해 12개 계열사에서 3조57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 수요예측 매수주문액과 발행액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열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5조6100억원 매수 주문이 몰려 1조6000억원의 회사채를 찍었다.
연초 효과 '끝물'에 회사채 약세 전환이달부터는 뜨거웠던 ‘연초 효과’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회사채 시장도 강세에서 약세 흐름으로 전환됐다. 대신에프앤아이, 롯데손해보험, HL디앤아이한라, 여천NCC 등이 수요예측에서 목표 물량 확보에 실패했다.
금리 인하 폭과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관들의 투자심리도 다소 위축됐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가 완만해지고 고용지표 등 경제 여건이 양호하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며 “강한 랠리를 펼쳤던 회사채 시장에 지난달 하순부터 둔화했다”고 말했다.
발행 대기 중인 회사채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기관들이 연초부터 회사채를 대거 담은 영향으로 앞으로 등장하는 회사채에 대한 잣대가 깐깐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아직 금리 매력이 남아있는 A급 기업 정도만 기관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간 차별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펀더멘털(기초체력)과 투자위험 척도인 크레디트 스프레드 등에 따라 동일 등급 내 회사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