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케미칼, 해외진출 '선봉' 말레이시아 타이탄 매각한다

입력 2024-03-06 14:56
수정 2024-03-06 18:27
이 기사는 03월 06일 14: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말레이시아 대형 석유화학 생산기지인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매각에 착수했다. 중국 화학기업들의 저가공세에 가동률을 낮추며 대응했지만 업황 부진으로 손실이 쌓이자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결단을 내렸다. LG화학도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쿠웨이트석유공사(KPC)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중국발(發) 사업 구조재편이 현실화됐다는 평가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주요 글로벌 IB들을 통해 국내외 연관 기업들과 대형 PEF등을 대상으로 LC타이탄의 잠재 인수자 물색에 돌입했다. 롯데케미칼은 LC타이탄을 지난해부터 말 매각자산으로 분류하고 수요 조사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은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LC타이탄 보유지분 전량(74.7%)이다.

LC타이탄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사업장을 갖춘 동남아시아 대표 화학사다. 주 생산품목은 석유화학제품들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이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말레이시아 차오그룹(지분율 70%)과 말레이시아 정부펀드인 PNB(30%)로부터 1조5051억원을 투입해 LC타이탄을 인수했다.

LC타이탄은 2010년대 중후반까지 범용 석화제품의 호황과 맞물려 연간 3000억원에서 5000억원대 이익을 벌어들인 알짜 회사였다. 현대석유화학(2003년), 케이피케미칼(2004년), 삼성 화학부문(현 롯데정밀화학·롯데첨단소재, 2015년) 인수와 함께 롯데케미칼을 글로벌 석유화학사로 발돋움하게 한 주요 M&A로 꼽혔다. 2017년엔 인수가에 2.5배에 달하는 4조원의 시가총액으로 현지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 기초 화학소재의 자급화에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2022년 2분기부턴 적자에 빠져 작년엔 한해 동안 61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7465억원으로 인수가에도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석유화학부문에서 부진을 거듭해온 LG화학도 여수의 NCC 2공장을 분할한 후 KPC에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NCC 설비 등 자산을 신설회사로 분할한 후 LG화학이 지분 51%를 보유하고 KPC가 49%를 보유하는 구조다. 전체 기업가치는 2조원까지 거론된다. 앞서 LG화학도 사업 구조개편 차원에서 국내외 오일업체와 중동 자본 등에 NCC 공장 통매각을 추진해왔지만 매각이 진통을 겪으면서 일부 지분이라도 현금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 검토중이나 타이탄 매각과 관련해서는 결정된것이 없다"고 말했다.

차준호 / 하지은 / 김형규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