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5일 외국인 돌봄인력에 대해 최저임금제도 적용 예외 또는 차등 적용을 권고하는 취지의 보고서를 공개하자 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 일각에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난색을 보였다. 노동계는 “열악한 돌봄 노동 시장을 악화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공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서 외국인 돌봄인력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돌봄인력이 필요한 가구가 직접 외국인 도우미와 사적으로 계약하는 방식이다. 다른 대안은 돌봄서비스 업종에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첫째 방안에 대해 “돌봄인력이 국가의 관리 사각지대가 되면서 무허가 인력 중개업소가 난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외국인력 몸값이 이미 치솟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다면 외국인들이 2~3배 수준의 임금을 주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 불법 체류를 선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돌봄 서비스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선 “내국인 돌봄인력 인건비가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잇따를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노동계도 이런 이유 등을 들어 최저임금 적용 예외 및 차등 적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돌봄 서비스직 노동자들은 이미 열악한 처우에 시달린다”며 “시장 논리만을 따른 최저임금 제외·차등 적용 등 임시방편은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야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사업에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이해관계자의 반발 등을 고려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국내 돌봄 수요를 고려해 정부가 외국인 돌봄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법률전문가는 “헌법재판소도 2022년 가사사용인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는 규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며 “정부도 더 유연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