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청소년의 삶이 위험하다

입력 2024-03-05 18:43
수정 2024-03-06 00:05
마라탕과 탕후루를 즐기고 스마트폰, 유튜브, 숏폼 등을 일상의 도구로 활용하며 자신을 알고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성격 검사 MBTI, 타로 등에 놀라울 만큼 관심을 보이는 별난 이들이 있다. 독서나 운동보다는 스마트폰과 동영상을 즐기고, 미래를 준비하는 꿈·희망·열정이 넘치면서도 지금의 현실도 가치 있게 여기는 합리적 사고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기성세대와 많은 차이를 보이는 이들이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 청소년이다.

이들 알파세대 청소년이 지금 큰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여성가족부의 2020년 청소년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 갈등, 폭력, 약물, 가출, 자해, 자살, 성 문제 등으로 전체 청소년의 약 13.7%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5%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고 학업, 친구, 생활고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청소년이 38.8%에 달했다. 또 26.8%는 심각한 우울감, 16%는 신경과민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약 30%의 청소년은 등교를 중단할 의사를 보였다니 건드리면 터질 것 같다.

청소년을 외계인처럼 여기는 사회적 시각은 더 심각하다. 청소년은 외형적으로 성숙한 것 같지만 인지와 정서는 불안정한 상태다. 이들의 감정은 혼란스럽고, 단편적 지식으로 긍정과 부정의 판단을 동시에 내리기도 한다. 그런데 어른들은 청소년의 문제행동에 대해 ‘외계인 같다’는 인지적 확증편향으로 오류를 공고히 하는 데 앞장선다. 청소년을 위하는 마음으로 과하게 비난한다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청소년이 건강하지 못하면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어려운 시대에 미래 성장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을 넘어 이들이 건강하고 유능하게 성장하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청소년기는 생애 주기적 성장 과정에서 가장 격동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때다. 신체적·정서적으로 큰 변화에 따른 혼란을 경험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체감을 찾고자 노력하며 긍정적 성장이 무엇인지 배우고 익히는 가소성의 적기다. 즉 배울 준비가 돼 있기에 가르쳐 주면 청소년들은 받아들인다.

청소년은 외계인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열렬하게 탐닉하지만 행동의 결과 예측은 어려운 시기다. 그리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어울리는 것을 선호하는 시기다. 이들에게 어른이나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기에 회피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에게 관심을 갖고 더 지원하려는 노력은 어느 특정 분야의 책임만은 아니다. 지금 마음이 아파서 위험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을 이해하고 이들의 마음과 소통하는 높이를 맞추는 것, 이것이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