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악화하고 있는 한국의 저출생 문제가 작년에도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준으로 떨어졌고, 출생아 수는 23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결혼식장·놀이터·산부인과는 없어지고, 장례식장·노인 체육시설·요양원은 많아지는 등 인구 문제가 피부로 와닿는 가운데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적게는 향후 5년, 길게는 10년을 인구 회복의 골든타임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대 들어 출생아수 급감
통계청이 산출하는 합계출산율은 가임연령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를 추정한 것이다. 여기에서 가임연령 여성의 나이 기준은 15~49세다. 이를 기준으로 해당 연령대 인구를 파악해보면 골든타임의 이유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15~49세 인구는 2313만 명이다. 이 중 여성은 48.4%인 1120만 명이다. 가임연령대 인구가 아직 1000만 명을 넘는 상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임연령 여성 인구는 빠르게 감소한다. 5년 후 이 연령대 여성 인구는 1040만 명으로 7.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기준 10~44세 인구의 합계다. 10년이 지나면 가임여성이 942만 명으로 줄어들고, 15년 후엔 853만 명까지 감소한다. 15년 만에 23.8% 줄어드는 것이다.
15~49세는 가임연령대를 최대한 넓게 잡은 것이다. 실제 출산이 주로 이뤄지는 연령대인 20~39세 여성 인구의 감소 속도는 이보다 빠르다. 20~30대 여성 인구는 2023년 615만 명에서 2028년 571만 명, 2033년 526만 명, 2038년 464만 명 등으로 감소한다. 15년간 감소폭은 24.7%에 이른다. 가임연령대 여성이 더 줄어들기 전에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 골든타임 주장의 근거다.
이는 연도별 출생아 수를 봐도 알 수 있다. 1981년 86만7409명이던 출생아는 1987년 62만3831명까지 감소했다. 이후 반짝 상승해 1992년 73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 흐름이 이어졌다. 출생아 수가 60만 명 이상인 마지막 해는 2000년이다. 그해 64만89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이들은 현재 20대 초반으로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초기에 있다. 이들이 자녀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가 향후 5~10년, 골든타임이다. 저출산 대책, 기회 놓치지 말아야향후 5~10년 내 별다른 방향 전환 없이 저출생 흐름이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2000년 이후 출생아 수는 2001년 55만9934명, 2002년 49만6911명 등으로 빠르게 감소했다. 작년엔 23만 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올라도 인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된다. 자녀를 낳을 수 있는 여성 자체가 줄기 때문이다. 단순히 계산해도 2000년생 여성 30만4656명이 0.8명씩 낳는 자녀 수가 20년 후 2022년생 여성 12만1732명이 2명씩 낳는 것보다 더 많다.
지금이 인구 반등의 마지막 골든타임이 된 데는 그 이전의 인구 폭발이 있었다. 현재 가임연령대 인구는 대부분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1955~1963년생의 자녀 세대에 해당한다. 이른바 ‘에코붐 세대’다.
1980~1990년대 산아제한정책으로 출산율이 빠르게 감소하는 와중에도 출산 가능 연령대 인구가 많았기 때문에 출생아 수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인구 골든타임’이라는 표현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인구 구조를 보면 이제는 향후 5년가량이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놓겠다는 특단의 대책이 과거의 저출산 대책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