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2사옥 '네이버1784'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빌딩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관할 내 개발사업에 네이버1784의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광역시·강원도 원주시 공무원들은 최근 연이어 경기 성남 네이버1784를 찾았다.
부산시에서는 신창호 디지털경제혁신실장, 정나영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장 등 9명이 지난달 20일 네이버1784 벤치마킹을 위한 출장길에 올랐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관계자 3명도 동행했다.
이들은 네이버1784 시설 곳곳을 살폈다. 헬스케어, 로봇,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봇카페, 비대면 직원식당, 하이브리드 회의실, 스피드게이트 등의 시설을 견학했다.
부산시는 이번 출장을 통해 부산 해운대구 옛 한진CY(컨테이너야적장) 부지 내 조성 예정인 창업 거점 '유니콘타워'에 네이버1784 기술을 반영할 수 있는 설계 검토 작업을 추진한다. 또 디지털트윈 시범구역 조성 공모과제 등 네이버 측과 추진 가능한 협력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원주시에서는 원강수 시장 등 14명이 같은 달 28일 네이버1784를 방문했다. 인공지능(AI) 융합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네이버1784 기술을 벤치마킹한다는 취지다.
네이버1784는 테크 컨버전스 빌딩을 컨셉으로 조성됐다. 클라우드, 5G, 로봇,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AI, 비전, 음성인식, 모바일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집약된 공간이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기술 플랫폼과 다름없다.
네이버1784는 건물 자체가 로봇이기도 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바로 클라우드 기반의 로봇 감지 시스템 아크다. 로봇, 공간, 서비스, 사용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컴퓨팅 파워를 클라우드가 대신 수행하도록 하는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을 상용화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아크는 네이버1784 내부를 오가면서 임직원들에게 배달 등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100여대의 로봇 루키를 제어하는 아크브레인, 로봇 위치를 제공하는 아크아이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이날 오전 네이버1784에서 진행된 '테크포럼 스터디'를 통해 "모든 문, 조명, 창문 제어 등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클라우드 기반의 건물 제어 역시 아크에 의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직원들이 로봇을 이용해 우편물을 전달받고 회의실 온도·조명·환기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아크 덕이다.
로봇들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이유는 네이버1784 전체를 실내 매핑 로봇 M2가 디지털트윈 데이터로 제작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서다. 디지털트윈 데이터는 네이버클라우드 플랫폼에 업로드되고 네이버랩스의 측위 기술인 '비주얼 로컬라이제이션'을 활용해 로봇들의 측위와 경로 계획에 쓰인다.
네이버1784는 직원들이 사원증을 갖고 있지 않아도 얼굴인식을 통해 2~3m 거리에서 인식해 출입을 제어한다. 네이버 부속의원, 식당, 편의점 결제를 할 때도 얼굴인식만으로 충분하다.
팀 네이버는 이날 네이버1784에서 웹 플랫폼 기반 로봇 전용 운영체제(OS) 아크마인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아크마인드는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가 합작으로 구축했다.
아크마인드의 강점은 웹 생태계 소프트웨어를 로봇 서비스로 연결하고 종류가 다른 다수의 로봇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웹 API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웹 플러그인 기술을 활용해 로봇 위치·움직임 제어, 판단이 필요한 자율주행 서비스 등을 웹으로 구동할 수 있는 전용 API를 제공한다.
백 책임리더는 "웹 개발자들이 쉽게 로봇 서비스를 적용하고 웹 기반으로 개발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로봇에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로봇에 올라가는 아크마인드라고 불리는 OS"라며 "아크 브레인은 수많은 로봇을 연결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이고 아크마인드는 로봇과 수많은 서비스를 연결하는 OS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아크마인드는 네이버1784 내 루키 100여대를 통해 실증을 진행했다.
네이버1784의 기술력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글로벌 시장을 향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는 삼성물산과 업무협약을 맺고 '미래기술 기반 오피스 등 공간 디지털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네이버1784에 적용된 AI, 클라우드, 자율주행, 로보틱스, 5G 등 첨단 기술을 홈·빌딩 플랫폼과 융합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사우디 현지에서 데이터센터, 공항, 쇼핑몰, 스마트시티 등의 사업 수주를 위해 협업을 확대한다.
사우디는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면서 네이버1784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자치행정부주택부 장관이 네이버1784를 방문한 이후 주한 사우디 대사,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국가정보센터·국가데이터관리단 등도 이곳을 찾았다.
네이버는 로봇이 일상이 된 1784를 거대한 실험실 삼아 앞선 기술과 서비스들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