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전 100승'의 전적을 가진 발광다이오드(LED) 기업 서울반도체가 '유통 공룡' 아마존을 상대로 101승을 거둘 수 있을까.
세계 3위 LED 제조업체 서울반도체가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아마존을 상대로 특허침해품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했다고 5일 밝혔다. 아마존에 입점한 LED 제품 중 서울반도체의 특허를 침해한 제품을 유럽 전 지역에 판매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LED 조명, TV, 자동차용 조명 등 이번 소송에 해당되는 제품이 최소 10만개는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총 100건의 특허 소송을 제기해 100승을 거둔 '특허 괴물'이다. 보유하고 있는 LED 특허가 1만8000개에 달한다. 필립스의 LED TV와 필라멘트 조명은 물론 에버라이트 조명, 파이트 전구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이 모두 서울반도체와의 특허 소송에서 판판이 졌다.
이번 소송이 중요한 까닭은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아마존을 상대로 한다는 점, 또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반도체는 개별 국가에서 특허를 침해한 제조업체, 유통업체들을 상대로 개별 소송을 진행해왔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법원 등에서 지난 5년간 특허를 침해한 제조, 판매 업체들을 상대로 15건의 판매금지 판결을 받았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특정 국가, 특정 기업에만 해당된다는 어려움이 있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유럽특허소송을 총괄하는 관할권을 보유한 유럽통합특허법원이 출범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한 건의 소송만으로도 유럽 전역에서 동시에 특허침해품의 판매를 금지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반도체가 이번에 침해 소송을 제기한 특허는 LED 조명제품의 밝기와 색상을 시간에 따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설루션 특허기술이다. LED 조명의 밝기와 색상을 조절하는 스마트 조명은 다 해당된다. 또 방열 LED 패키지 특허기술도 이번 소송에 포함됐다. 방열 설계가 중요한 자동차 조명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기술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박한선 서울반도체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많은 대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지식재산권 보호에는 관심이 적다"며 "불법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는 등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을 막고 있어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반도체의 이같은 행보는 이정훈 대표의 경영 철학에 기반한다. 이 대표는 평소 "태어남에 불공정함이 있을 수 있으나 삶의 기회는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정하지 않은 사회, 어렵게 개발한 특허,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