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로 가득한 군 간부의 숙소가 공개됐다.
4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24년 입주한 독신자 숙소 상태"라는 설명과 함께 1인 간부 숙소 내부 사진이 게재됐다.
부엌과 세탁기가 있는 베란다를 촬영한 사진에는 곰팡이로 가득한 벽과 바닥이 눈길을 끈다. 심각한 곰팡이로 페인트마저 모두 벗겨진 상태였다. 여기에 싱크대도 낡아 빛이 바랜 상태였고, 가스선과 전선도 위험하게 노출돼 있었다.
사진을 본 사람들은 "임오군란 또 안 일어나는 게 이상하다", "젊은 군인들에게 이런 대우를 한다니 너무하다" 등 고생하는 젊은 간부들에게 너무 열악한 숙소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몇몇은 "장판과 도배는 깔끔해서 저 정도면 A급이다", "저것보다 심한 곳에도 있었다", "제가 사는 관사도 사방이 곰팡이 덩어리다. 처음 입주할 때 누수 있는 집, 곰팡이 피는 집 중 골라야 했던 게 생각난다" 등의 경험담을 공유하며 충격을 안겼다.
실제로 군 초급간부의 열악한 숙소의 모습은 지난해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자신이 육군 예하 부대에서 복무 중인 현역 중위라고 밝힌 A씨는 "생활하던 간부 숙소에서 3월 내 퇴실하라는 통보받았다"고 호소하면서 숙소 내부 사진을 공개했는데, 사진 속에도 곰팡이가 가득했다. A씨는 "현재 숙소는 1980년대에 지어지고 리모델링·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곳곳이 금 가고 곰팡이가 슬고 가구는 부서져 있다"며 "기름보일러에 기름 보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한겨울에 실내 온도 영상 2도인 숙소여도 군인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전해 공분을 자아냈다.
지난해 10월 국방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독신자 숙소의 약 30%가 지어진 지 30년이 넘고, 40년 이상 된 것도 8.8%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 간부 숙소 현황'에 따르면, 전체 간부 숙소 10만 1586실 중 50%가량인 5만811실이 건축 20년이 지난 노후 건축물로 파악됐다.
군은 노후 간부 숙소에 대한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지만, 초급간부 1인 거주가 많은 6평 미만 숙소의 경우 지난 30년간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특히 육군이 1765실 중 65%인 1152실, 공군은 189실 중 42실에서 30년간 리모델링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위와 하사 등 임관 5년이 안 된 초급 간부들은 전체 간부의 40%인 7만 8000명으로 군 최전방 전투력의 핵심이지만 낮은 보수와 열악한 환경에 청년 세대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열악한 주거 여건으로 인한 군 간부 숙소 민원은 꾸준히 중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신문고에 제기된 주거개선 관련 민원은 육군의 경우 2014년 50건에서 지난해 6월 기준 165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고, 공군은 2건에서 42건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해군 0건에서 6건, 해병대 0건에서 11건으로 집계됐다.
한편 국방부는 이는 2026년까지 간부 숙소 1인 1실을 모두 확보하고, 그전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주거지원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1인 가구형 LH 행복주택을 활용한 간부 숙소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부터 군 간부 숙소 개선을 위해 시공 기간이 짧은 '모듈러 주택' 도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모듈러 주택은 전체 설비의 70% 정도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만드는 주택이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10개월이면 끝나 국방부는 빠른 기간 안에 군 간부 숙소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