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잇따른 가운데 현직 교수가 처음으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
경북대 의과대학에 재직 중인 외과 교수 A씨는 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외과 교수직을 그만두겠다"며 이같이 알렸다.
A 교수는 "제가 전공의 시절, 아니 그 이전부터 항상 '외과는 지금이 바닥이다'라고 했는데, 20년이 지났는데도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필수의료'라고 '필수과'라고 누가 명명했는지 그리고 정확한 정의가 뭔지 모르겠다"며 "외과가, 이식혈관외과가 필수과라면, 그 현장에 있는 우리가 도움도 안 되고 쓸데없는 정책이라고, 좋은 정책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나쁜 정책이라고 말하는데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로 간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 의료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전공의들의 보호막이 돼주지 못한 데 대한 부끄러운 마음도 드러냈다. A 교수는 "장밋빛 미래도 없지만 좋아서 들어온 외과 전공의들이 낙담하고 포기하고 있고,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현 의료현실에 책임져야 할 정부, 기성세대 의사들인 우리가 욕먹어야 할 것을 의사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병원 내에서 누구보다 고생하고 있는 전공의가 다 짊어지고 있는 답답한 상황에 저는 제 위치에 떳떳하게 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전공의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싸우고 있다"며 "정부의 겁박에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보호막이 돼주지 못하고, 뒤에 숨어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온 제 인생도 한 번 뒤돌아보고, 잊고 지내온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소홀했던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반적인 삶을 살아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경북대병원에 따르면 현재 해당 글은 내려간 상태이며 아직 사직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