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부동산 투자 등 고금리 장기화에서 비롯된 잠재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고 긴밀한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3·1절 연휴 직후인 4일 오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부문별 리스크 요인과 대응계획 등을 점검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연휴 직전 발표된 미국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이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시장이 안정적이었지만, 이번 주부터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 추이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 등 중요한 이벤트들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현안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잠재 위험요인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PF의 경우 금융비용 상승으로 초래될 사업장 부실 위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재구조화를 신속히 추진해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해 이 원장은 "아직 총자산 대비 0.8% 비중으로 금융시스템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고금리 지속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적정 손실 인식 및 손실흡수능력 확충 등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금리변동에 민감한 보험회사의 특성을 감안해 보험회사의 리스크관리 능력 강화와 선제적 자본확충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며 "지난해 보험업권 지급여력제도가 원가기준(RBC)에서 시가기준(K-ICS)으로 개편되면서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이 큰 회사는 금리수준에 따라 K-ICS 비율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회복 지연에 따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계 및 개인사업자에 대한 채무조정 지원을 차질없이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금감원은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 예고하고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 대체투자 상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대체투자 자산운용 현황 모니터링 및 건전성 감독 등을 위한 목적이다.
은행권은 이번 업무보고서 서식 신설로 대체투자 기초자산별 투자잔액, 건전성 분류, 충당금 적립액, 잔존만기, 투자지역·국가 등을 금감원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달 기준 해외 투자 부동산 중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규모를 2조4600억원(사업장 총 28곳)으로 집계했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 투자 내역을 사업장 단위로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권 손실 반영 및 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점검할 방침이다.
또 해외 사무소 등과 연계해 손실 및 부실 자산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도 하고 있다. 대체 투자 건과 관련한 금융회사의 자체 평가 결과뿐 아니라 해외 인력 등을 통해 얻은 현지 가격 정보로 이중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