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취업 낭인이 될 것 같은 불안이 커요.”
대기업 공개채용이 ‘3분의 1 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뒤 대학가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대학의 낭만을 뒤로한 채 1학년 때부터 학교와 신입생들이 취업 준비에 뛰어들면서 새 학기 캠퍼스가 취업 사관학교로 변모하고 있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려대는 올해부터 1학년 대상의 취업 및 진로 과목을 신설했다. ‘슬기로운 대학생활’을 위한 신입생 필수 세미나를 취업·진로 세미나로 바꿨다. 취업을 위한 경력 관리를 입학과 동시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화여대는 신입생에게 ‘커리어 탐색과 역량개발’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경희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도 1학년 대상의 취업·진로 관련 교과목을 개설하는 등 주요 대학이 앞다퉈 저학년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학부생 중 특히 문과생의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져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청년 실업률은 6.0%로 한 달 전(5.5%)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 등 소위 좋은 직장의 공개채용 문은 갈수록 바늘구멍이 돼가고 있다. 5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가운데 대졸자 공채를 유지한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10년 전 3만4000여 명 규모이던 5대 그룹 공채는 지난해 1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대부분 기업은 상시·경력 채용으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경력 중심 채용이 일상화하면서 청년들의 직업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진단한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기업은 인적자본에 대한 비용 투입을 줄일 수 있겠지만 취업 준비생에게는 매우 답답한 상황”이라며 “대학생들이 채용 시스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경력을 쌓을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영연/박시온/안정훈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