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경영에 관심이 많았던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이런 말을 남겼다.
“그 사업에 맞는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임원 인사카드를 이리저리 뒤져봅니다. 사장 명단에서 마땅한 사람이 없으면 부사장 명단에서 찾고, 그래도 없으면 그 밑에서 찾게 됩니다. 그러다가 적임자를 찾게 되면 그다음에는 그 사람의 결점을 보완해줄 아랫사람을 찾아서 파트너로 엮어줍니다. 그러면 내 일은 일단 끝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적합한 리더를 찾는 것이 최고경영자(CEO)의 중요한 과업인 동시에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준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후계자로 세워야 할까? 다음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1) 위협적인가, 만만한가?부모는 자녀가 자신을 뛰어넘기를 원한다.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리더와 후계자 관계에서는 어떨까? 놀랍게도 리더가 자신보다 더 훌륭한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을 확률이 4분의 3이라고 경영의 구루 짐 콜린스는 밝혔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자신보다 부족한 후계자를 세워야 자신의 존재감이 드러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역사상 위대한 조직인 교황청과 군대는 전임자가 후계자 지목을 못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뒀다. 오랜 역사를 통해 얻은 통찰이다.
이처럼 후계자를 탁월한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지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후계자를 제대로 세우려면 의도적으로 아래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 ‘그의 재능에 시기심이 생기는가? 그의 역량 때문에 지금 내 자리에 위협을 느끼는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그는 당신의 후계자가 아니다. 후계자 선정은 언제나 인간의 본성을 뛰어넘는 작업으로 이해하고 실행해야만 한다. (2) 대의를 좇는 리더형인가, 이익을 따르는 보스형인가?리더는 ‘따르는 자가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리더나 보스나 따르는 사람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핵심은 무엇을 따르느냐다. 랠프 월도 에머슨은 “생각 자체가 그 사람”이라고 했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결정적 의사결정을 하는 순간이다. 리더는 보편적 가치나 대의를 추구하기에, 그에 동조하는 인재가 주변에 모인다. 반면 보스는 자기 이익에 기반해 움직이니, 이익을 좇아 지지하고 100% 복종하는 사람이 모인다. 이들에게 창의성, 도전, 의미와 같은 논의가 나올 리 없다. 오직 한 단어 ‘실행’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후계자 결정 방식이 무엇이든 간에 성과와 함께 그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가 내렸던 결정적 의사결정 한두 가지와 가까이 두고 있는 서너 명이 누구인지 확인하면 된다. 자칫하면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행동대원과 빈약한 성과만 남은 조직으로 퇴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니 주의가 필요하다. (3) 혼자 하는 사업가형인가, 함께 하는 경영자형인가?B대표는 수익관리에 능했다. 비용을 잘 통제하고 하루에도 서너 번 사업 현장을 살필 정도로 부지런했다. 조직에는 늘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고, 직원 몰입도는 약간 떨어졌다. 그럼에도 성과가 뒷받침되기에 조직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이사회는 판단했다. 그는 매주 정량·정성 목표 진척도를 이사회에 보고해 안정감을 줬다. 그의 문제점은 성과가 좋지 않을 때 드러났다. 불황에도 뭔가는 해야 하는데 직원들은 그에게 승인받을 엄두를 못 내기에 시도 자체를 꺼렸고, 피로도와 무력감은 커져만 갔다. 경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성과가 더 급격히 하락했다.
사업과 경영의 차이가 무엇일까? 경영이 다른 사람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면 사업은 자기가 직접 하는 것이다. B대표는 사업가에 가까웠고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첫째, 자율과 책임 의식이 사라졌다. 점검 위주로 일하다 보니 아랫사람이 할 일을 윗사람이 하고, 전 조직이 연쇄적으로 한 단계 아래의 일을 하게 됐다. 둘째, 소통의 초점을 상사에게 두다 보니 부하들은 존중받지 못했고 참여도는 떨어졌다. 사실 상사들은 그의 문제점을 잘 몰랐다. 상사는 부하의 역량과 성과에 집중하고 부하는 상사의 인격에 집중하는 성향 때문이다. 처음부터 사업이 아니라 경영하는 사람을 세워야 한다.
당신의 후계자는 누구인가? 당신은 당신보다 우수한 후계자를 세울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