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율만으로는 주가 상승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이면서 본업도 잘하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후 나타난 현상이다.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주주환원율뿐만 아니라 실적 추이와 전망을 함께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주주환원율은 높은데…3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익 대비 주주환원율이 가장 높은 기업(시가총액 1조원 이상)은 두산(409.8%)이었다. 한온시스템(330.8%), GS리테일(266.9%), 하나투어(159%), 셀트리온(154.6%), 하이트진로(125.1%), HD현대(98.9%), KT&G(98.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주주환원율(29%)은 물론 선진국(67%)보다 높은 주주환원율을 나타낸 기업이다. 주주환원율은 작년 순이익 대비 배당금액과 자사주 매입금액을 더한 주주 환원액으로 계산한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주환원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2월(26일 기준) 자기주식 취득 공시는 53건에 이른다. 취득 예정 금액은 보통주 4조8439억원, 종류주 679억원 등 총 4조9118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배 늘어난 금액이다.
다만 주주환원율만으로 중장기 주가 향방을 가늠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그해의 순이익이 줄거나 일회성 배당책이 있을 경우 주주환원율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며 “주주환원율 외에 회사의 중장기 실적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자 비용 부담과 영업이익 하락 등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2026년까지 총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매년 9조8000억원의 정규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글로벌 인공지능(AI) 급등세에서 소외돼 있다. 포스코홀딩스도 2차전지 업황 부진 우려에 직면했다. 주주 챙기는 실적개선주주주환원율이 높은 기업 가운데 실적 턴어라운드가 이뤄지는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곳이 주주환원율 1위인 두산이다.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은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실적 개선, 두산로보틱스 상장 등으로 계열사 자금지원 부담에서 벗어나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 유동성 위기 이전인 2015~2018년 배당 성향이 평균 64%에 달할 만큼 높았다”며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의 지분 현금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올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부응할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GS리테일도 올해 편의점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흑자 전환한 실적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ROE는 5.7%로 전망된다”고 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한 하나투어도 주주환원율이 100%가 넘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나투어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63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 경신이 유력하다”며 “순이익의 30~40%를 배당한다는 배당방침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대폭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