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물류망 앞세운 GS리테일…주류·택배, O4O 신사업 '홈런'

입력 2024-03-01 18:22
수정 2024-03-02 01:26
GS리테일이 1만7300여 개의 전국 편의점 물류망을 앞세워 O4O(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스마트 주류 주문과 택배사업이 대표적이다. 기존 와인수입사와 택배사가 놓치고 있던 틈새시장을 노려 외형과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 주문·점포 수령…규제 넘어
1일 GS리테일에 따르면 O4O 주류 주문 서비스인 와인25플러스의 지난해 월평균 매출은 출시 첫해인 2020년보다 25배 증가했다. 와인25플러스는 우리동네GS 앱을 통해 와인 위스키를 주문하면 원하는 GS25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다. 현행법상 온라인에서 주류를 주문해 택배로 받는 건 불법이지만, GS리테일은 ‘주문은 온라인, 수령은 오프라인’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는 사업모델을 적용했다.

중저가 판매가 대부분인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온라인에선 프리미엄급이 잘 팔린다. GS리테일이 지난해 GS25 매장(오프라인)과 와인25플러스(온라인)의 주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만원이 넘는 위스키를 구매한 고객 비중은 오프라인이 2.1%, 온라인이 22.1%였다. 10만원 초과로 가격대를 넓히면 오프라인(8.8%)과 온라인(58%)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온라인 소비자의 구매단가가 더 높다는 뜻이다. 와인 역시 3만원이 넘는 제품 구매 비중이 오프라인(22.8%)보다 온라인(48.7%)이 두 배 이상 높았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보통 오프라인 매장은 입문자나 저관여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온라인은 특별한 프리미엄 주류를 찾는 애호가가 많다”며 “대형 와인숍에 가기 힘든 지방 소비자 구매 비중도 72%나 됐다”고 했다. 와인25플러스의 인기에 힘입어 GS리테일의 전체 주류 매출에서 와인과 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6.6%에서 지난해 11.7%로 늘었다. 전통 강자로 꼽히는 맥주 비중은 같은 기간 63.2%에서 56.3%로 감소했다.

와인25플러스 사업은 오너 4세인 허치홍 편의점사업부 MD부문장(전무)이 주도하고 있다. 허 전무는 최근 유명 소믈리에를 모아 와인 순위를 매기는 ‘GS 픽 와인’ 현장을 직접 챙겼다. 매년 상위 100대 와인을 선정하는 글로벌 와인전문지 ‘와인스펙데이터’처럼 이 행사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반값택배’ 폭풍성장편의점 물류망을 활용한 반값택배도 급성장하고 있다. GS25 편의점 매장에서 택배를 신청하면 수령자가 인근 GS25 편의점에서 택배를 받는 서비스다. 온라인 앱으로 예약, 신청, 배송 현황 등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최근 고물가로 인해 중고 거래가 늘면서 반값택배 이용객도 급증하고 있다. 반값택배의 연간 이용 건수는 2019년 9만 건에서 지난해 1200만 건으로 133배나 뛰었다.

반값택배의 경쟁력은 ‘365일 연중무휴’에서 나온다. 일반 택배사는 일요일과 공휴일엔 운영을 안 하지만 반값택배는 쉬는 날이 없다. 매일 편의점에 신선식품을 실어 나르는 트럭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식품을 배송한 뒤 빈 공간에 택배를 싣는다. 기존 물류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택배값도 기존 대비 최대 반값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