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성관계를 한 고등학교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판결이 대법원에서 끝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29일 확정했다.
대구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기간제 교사인 A씨는 2022년 5~6월께 고등학교 2학년 제자인 B군과 11회에 걸쳐 성관계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성관계는 B군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B군에게 성적학대를 가했거나, B군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봐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측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B군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행위는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는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B군이 A씨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꼈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도 이 사실이 B군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았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해석했다. "A씨가 B군보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경험이 많고, 학교 교사와 제자의 관계에 있어 A씨가 관계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A씨에게 성관계를 먼저 제안했다"는 B군의 진술도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B군은 1차 경찰 조사에서 교사인 A씨에게 불이익을 당할까봐 성관계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2차 조사에선 '성관계를 주도한 건 자신'이라고 진술을 바꿨다.
재판부는 "A씨가 변호사로부터 B군이 재진술할 내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고 상담 받은 내용을 B군 아버지에게 전달한 사실, 1차 경찰 조사 이후 B군을 만나 추가 조사에 대비해 말을 맞춘 사실 등을 고려하면 B군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전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